“내라” “못낸다” 통신망비용 논란 가열

곽도영 기자

입력 2019-08-29 03:00 수정 2019-08-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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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무임승차 구글-넷플릭스, 美-유럽선 이용료 지불해 ‘대조’
통신사 “트래픽 유발 대가 내라”… 과기부 가이드라인 이어 공정위 조사
네이버 등 국내업체만 족쇄우려 반발



‘유튜브는 통신사에 돈을 내야 하는가?’

최근 이 질문 하나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고화질 게임 등으로 과거에 비해 통신망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이 급등하면서다. 이로 인한 망 관리(증설 보수 등) 부담을 통신사가 모두 져야 하는 것인지, 이제 콘텐츠 기업들에도 망 이용료를 어느 정도 받아야 하는 것인지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사와 국내외 콘텐츠 기업 간의 망 이용료 계약 실태와 공정성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망 이용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나선 데 이어 공정위까지 나서면서 업계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같은 해외 콘텐츠기업(CP)들이 통신사에 제대로 망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 아프리카TV 왓챠플레이 등 국내 CP들은 통신사들과 개별 계약을 맺어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외 CP와도 개별 계약을 맺어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하는데 협상 테이블에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신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모바일 트래픽에서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CP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61%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유튜브가 전체 트래픽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구글과 넷플릭스, 페이스북 모두 미국에서는 버라이즌이나 컴캐스트, AT&T 등 주요 통신사들에 망 이용 대가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 감독 기관의 파워가 센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도 구글, 넷플릭스는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반면 해외 CP들 가운데 국내 통신업체 3사에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 업체는 페이스북이 유일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내는 이용료도 국내 CP들에 비하면 매우 적은 액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망 이용료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6일 네이버가 주축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망 비용의 증가는 국내 IT기업의 국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반대 성명을 내자 28일에는 이통사들이 참여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지 않으면 콘텐츠 기업도 성장할 수 없으므로 트래픽 유발 및 통신망 혜택에 맞게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반박 입장문을 냈다.

조만간 시원한 해결책이 나오기는 힘들어 보인다. 과기부가 만들고 있는 가이드라인과 공정위의 조사 결과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해외 CP에 의무를 지울 수 없다. 이제 막 논란이 되는 사안이라 관련 입법 절차가 이뤄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으로 ‘만만한’ 국내 CP만 족쇄를 차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외 CP가 망 이용 대가를 정당하게 지불하면 국내 CP의 부담은 더 줄고 스타트업의 부담은 더욱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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