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 넘나드는 ‘누아르 판타지’ 탄생

김기윤 기자

입력 2019-08-27 03:00 수정 2019-08-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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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
1940년대 배경 블랙코미디… 화려한 무대와 연출 돋보여


뮤지컬 같은 영화처럼 영화 같은 뮤지컬도 가능할까. 현실과 시나리오 세계를 오가는 ‘누아르 판타지’ 뮤지컬이 탄생했다. 대극장 특유의 화려한 무대 구성과 참신한 연출의 ‘케미’가 예사롭지 않다.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듯 진한 여운이 남는다.

뮤지컬 ‘시티 오브 엔젤’은 1989년 브로드웨이 작품이 원작이다. 1940년대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블랙코미디를 그렸다. 초연 당시 롱런하며 토니상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자신의 탐정 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며 어려움을 겪는 작가 ‘스타인’과 시나리오 속 주인공 ‘스톤’이 극중극 형태로 교차한다. 두 배역이 서로 대화하는 장면에서 ‘스톤’은 작가 ‘스타인’의 내면이 투영된 또 다른 자아를 연기한다.

한 무대 위에서 두 개의 시공간을 동시 구현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연출은 이를 조명의 색감으로 풀어냈다. 시시각각 변하는 흑백(시나리오 속), 컬러(현실) 조명은 극의 중심 매개가 된다. 다만 이를 숙지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극 초반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혼란을 겪을 수 있다.

근래에 흔치 않은 대형 뮤지컬 신작이다. 무대디자인, 의상, 영상 등으로 판타지 구현에 총력을 쏟은 흔적이 보인다. 배우들의 유쾌한 입담과 무대 위 활극도 쏠쏠한 재미를 준다. 작품이 추구하는 색이 뚜렷하다.

뮤지컬의 한 축이 판타지라면 다른 한 축은 음악이다. 아쉽게도 메인 넘버 ‘너 없이 난 안돼’ 말고 다른 넘버의 강렬함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김문정 음악감독이 진두지휘하는 18인조 밴드와 보컬, 스캣 등의 재즈 선율은 극장의 공기를 1940년대 할리우드로 뒤바꾸는 힘이 있다.

10월 20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6만∼14만 원. 중학생 관람가. ★★★☆(★ 5개 만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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