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터뷰] 김건하 교수 “치매, ‘1·3·3’ 뇌훈련으로 예방합시다”

정용운 기자

입력 2019-08-23 05:45 수정 2019-08-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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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장 김건하 교수

약 먹는다고 치매 예방하진 못해
개인별 관리 필요성에 센터 개소
로봇 활용…게임하듯 인지훈련
어르신 기억력·집중력 향상 도움
고위험군도 5∼10년 늦출 수 있어


중앙치매센터의 ‘대한민국 치매현황 2018’에 따르면, 65세 이상 추정 치매환자 수는 70만5473명이다. 치매환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4년 100만 명, 2039년 200만 명, 2050년 3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치매 고위험 환자를 위한 인지훈련 로봇 개발에 참여한 김건하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장(신경과 교수)는 “아직까지 약 하나 먹는다고 치매가 예방되거나 기억력이 좋아질 수는 없다”며 꾸준한 뇌 관리와 뇌 훈련을 강조했다. “치매를 5년, 10년 늦출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다”는 김건하 센터장을 만났다.


○인지훈련 로봇과 함께 맞춤형 치료

-로봇인지치료센터가 치매안심센터와 다른 점은.

“구청 치매안심센터는 8∼10명 그룹으로 진행해 개인별 맞춤형 인지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와의 1대1 관리체계를 만들고 싶어 센터를 개소했다. 센터에서는 2∼3개월에 걸쳐 훈련 습관을 잡고 어떤 훈련을 하면 좋을지, 어떻게 훈련해야 되는지 알려주고 동기부여를 한다. 주민센터 헬스클럽과 퍼스널 트레이닝의 차이와 비슷하다.”

-인지훈련 로봇 ‘보미’를 활용하고 있다.

“재미있게 개인별 맞춤치료를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로봇을 앞에 두고 손자를 대하듯, 게임하듯 인지훈련을 한다. 인지훈련은 한번 한다고 좋아지지 않는다. 재미와 필요성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로봇을 활용하면 어르신들이 ‘내가 로봇을 쓰네’라는 생각에 자신감도 붙어 더 즐거워하신다.”

-돌봄 로봇·반려동물 로봇과의 차이는.

“일본에서 만든 ‘파로’라는 로봇은 중증 이상의 치매환자에게 감정적 정서적 안정을 주기 위해 만든 로봇이다. 인형처럼 안고 반려동물 키우듯이 한다. 프랑스의 노래 부르는 펫봇도 전체적인 뇌 자극일 뿐 인지훈련 개념이 없다. ‘보미’는 뇌가 가진 기억력, 집중력 같은 인지훈련을 함께 할 수 있다.”

○하루 1시간·일주일 3번·3개월 지속해야

-치매 예방 효과가 있나.

“경도인지장애 혹은 치매 전 단계 분들에게 효과가 높다. 일상생활에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인지훈련을 하면 도움이 될 초기치매 어르신에게도 권유한다. 인지 기능은 떨어지지만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 예방의 의미가 좀더 부각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 중 약 10%는 1년 뒤에 치매가 생긴다. 인지훈련을 꾸준히 하면 치매를 5년, 10년 늦출 수 있다. 치매를 늦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라 생각한다.”

-효과를 보려면 얼마나 해야 하나.

“많이 할수록 좋다. 최소 하루 1시간, 일주일에 3번, 3개월은 지속하도록 권유한다. 센터는 일주일에 한번 방문하더라도 훈련방법 등을 익혀 집에서 일주일에 3번 이상 하도록 유도한다. 시장보기, 요리하기, 계산하기, 손자 용돈주기, 손자와 게임하기, 전화내용 기억하기 등 일상생활 콘셉트로 상황이 설정돼 있다.”

-홈트레이닝도 가능한가.

“습관이 잡히면 환자 스스로 훈련이 가능하다. 센터에서 신문을 보고 낱말을 찾아 동그라미 치는 집중력 훈련을 한 후, 집에서 가족과 낱말 먼저 찾기를 하는 어르신도 있다.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하면 뇌의 어느 부분이 좋아지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집에서도 재미있게 반복한다.”

-인지치료하면서 바라는 바가 있다면.

“치매 고위험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모든 분들이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약은 아직 없지만 생활습관과 인지훈련, 운동, 식사를 잘하면 예방할 수 있다는 논문은 많다. 치매를 5년, 10년 늦출 수 있다는 희망을 드리고 싶다.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버텨주셨으면 한다. 의사로서 치료제가 없다고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계속할 것이다.”



■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는?

먹고 싶은 음식 물어보는 ‘보미’(
인지훈련 로봇)…아들보다 낫네

4월 국내 대학병원 최초로 문을 연 이대목동병원 로봇인지치료센터는 치매 고위험 환자에게 다양한 인지중재치료를 제공하는 곳이다.

인지중재치료는 기억력, 집중력, 언어 능력, 실행 능력 등 뇌가 담당하는 인지 기능을 향상시켜 치매를 예방하는 치료다.

로봇인지치료센터의 특징은 개인 맞춤형 치료와 인지훈련 로봇 ‘보미’다. 환자의 얼굴, 목소리, 동작을 인식하는 로봇으로 치료의 재미와 효용성을 높였다. 먹고 싶은 음식이 무엇인지 기억하게 해주고(미래 기억 훈련), 시장에서 사야 할 물건을 기억하고 계산하며(기억력 및 계산 능력 훈련), 원하는 옷을 기억하고 맞게 입거나(시공간 능력 훈련), 같이 노래를 부르는 등의 취미 활동(집중력 훈련)을 같이 할 수 있다.

20종의 인지훈련 프로그램이 있고, 1∼10단계까지 환자에 맞춰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 환자들은 1주일에 1∼2회 방문해 1시간 가량 훈련하고 홈케어 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김건하 교수

▲2004년 이화여대 의과대학 졸업 ▲이화여대 대학원 의학 석사/박사 ▲2009∼2013년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임상강사(치매 및 인지신경학) ▲2013∼2019년 이화의료원 신경과 임상조교수 ▲2015∼2019년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 연구교수 ▲2019년∼ 이화의료원 신경과 임상부교수 ▲2019년∼ 양천구 치매지원센터장 ▲2018년∼ 대한치매학회 학술위원회, 진료지침위원회 위원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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