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의결권제도 도입시 경영권 상실 두려움 없이 자본 조달 가능”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19-08-22 14:25 수정 2019-08-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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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가업상속공제와 관련한 제한을 더 풀고, 최대주주 주식상속 시 할증 포함 65%까지 형성되는 상속증여세 최고세율 인하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20일 서울 반포 팔레스호텔 다이나스티홀에서 조세일보 주최로 열린 ‘제조업 강국으로 가는 길’ 토론회에서 김동철 EY한영 부대표와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가 각각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1부 ‘2019년 세법개정안 문제점과 보완책’ 2부 ‘제2벤처붐 조성을 위한 비상조치’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2부 주제의 핵심은 더불어민주당 주도하에 추진 중인 차등의결권제 도입이었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 부대표는 “적대적 M&A로부터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차등의결권 제도란 주식 1주마다 1개의 의결권이 아닌 2개 이상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말하며 차등의결권주 유형은 ▲복수의결권주 ▲테뉴어 보팅주 ▲주식 교환 방식 ▲기타 등으로 나뉜다.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자본조달이 용이하고 경영권 보호가 가능한 반면 도입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무능한 경영진을 교체하기 어려운데다, 기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김 부대표는 발제문을 통해 “기업 경영진은 지분이 희석되는 것을 우려해 신주발행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지만 차등의결권 제도가 도입된다면,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가 1주당 10개나 100개 또는 그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회사 지배권에 대한 상실의 두려움 없이 자본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등의결권주 도입이 기업들의 상호출자와 순환출자 해소에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해 경영권 안정 효과를 가지고 회사의 소유구조가 보다 명확해지기 때문에 개별기업의 소유 구조에 대한 평가가 용이해진다”며 “기업공개를 통해 새로 증권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순환출자형으로 가는 것을 방지해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M&A시장의 투기자본 규모가 날로 증가하고 있고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상실의 폐해가 심각해짐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은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등 다양하고 강력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이미 사회적 컨센서스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부대표는 “우리나라 기업환경에 맞는 차등의결권 제도 도입의 필요성, 장점 및 단점에 대해서는 재계, 정부,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가 가진 입장과 시각차가 크므로 신중하면서도 열린 자세로 다양한 관점에서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차등의결권 주식제도 도입 대상을 대기업을 포함한 전체기업으로 하느냐, 대기업을 제외한 벤처, 중소, 중견기업으로 하느냐의 문제와 더불어 이 제도 도입이 지배구조 이슈의 사회적 민감성, 대기업 경영진의 사익 추구 행위에 대한 견제를 못하거나, 무능한 경영자의 경영권 보호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업상속공제 지나친 규제 완화해야”▼
앞서 1부 세법개정안 관련 토론 발제자로 나선 오 교수는 가업상속공제 요건 문턱을 낮춘 정부의 세제개편 수준이 아직까지 지나친 ‘규제’로 급변하는 기업환경 대응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으로부터 사업을 물려받은 상속인에게 상속세를 공제해주는 제도다. 매출금액이 3000억원을 넘지 않은 중소·중견기업이 사전·사후관리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까다로운 요건 탓에 상당수 창업주들이 “승계 대신 기업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에선 상속 세제를 급하게 손 봤다.

오 교수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업종의 변경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의 중분류 내에서만 허용한다든지, 그 외의 변경은 전문가위원회를 거치라고 하는 것은 기업의 살기 위한 활동을 가업이라는 폐쇄적 의미로 옥죄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고용유지의 문제도 중견기업의 경우 근로자수의 120%에서 100%로 조정한 것도 방향성은 맞지만, 인건비총액기준으로 하는 독일의 사례로 도입해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변화하는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합리적 조세”라고 말했다.

탈세·회계부정을 저지른 기업인을 가업상속 혜택에서 제외하는 조치에 대해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형태라고 비판했다. 해당 행위를 저질렀을 때 관련법의 처벌이 규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직접 관련 없는 공제와 연관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최고 65%(주식상속 할증 시)에 달하는 과도한 상속세율도 논란거리다. 국제적으로는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인하하는 추세다. 오 교수는 “상속세 및 증여세 최고세율을 소득세율과 비교해 낮게 설정하는 세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감세정책은 정책효과를 보기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오 교수는 “기업의 핵심적 투자 동기는 경기상황, 적합한 투자대상의 물색이 제일 중요하기에 세제혜택으로 인한 투자유인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올해 개정과 같이 그 기간이 너무 짧은 1년이나 6개월 정도의 한시적인 조치는 그 효과가 더욱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인세율 인하와 같은 과감한 세제개혁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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