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프린트’… 명화의 감동 고스란히

김민 기자

입력 2019-08-22 03:00 수정 2019-08-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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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선스 취득한 명작 인쇄물, 10만원 안팎 저렴한 가격에 소장
마티스-호퍼-호크니 작품 인기… 지인에 분위기 맞는 그림 선물도
관련업체 매출 2년새 5배로
포스터 전시-판매 갤러리도 등장


서울 마포구의 평범한 베이커리 ‘베이크 앤 메이크’에는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의 작품 ‘Now‘s the Time’이 걸려 있다. 바스키아는 1980년대 미국 뉴욕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담아 ‘검은 피카소’란 상찬을 받은 작가. 작품은 찰리 파커의 동명 곡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28세에 요절한 바스키아의 작품은 별로 많지 않아 원화의 경우 수천억 원까지 호가한다. 그런데 이 베이커리에 걸린 그림은 10만 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짜는 아니다. 작가 재단으로부터 정식 라이선스를 취득한 인쇄물, ‘아트 프린트’이기 때문이다.

최근 고가의 예술 작품을 직접 소장하는 대신 ‘아트 프린트’나 ‘포스터’를 수집하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베이크 앤 메이크를 운영하는 이홍기 씨(31)는 지난해 2월 카페를 오픈하면서 지인으로부터 ‘열정’의 의미를 담은 바스키아의 아트 프린트를 선물로 받았다. 이 씨는 평소 예술에도 관심이 많아 2년 전부터 아트 프린트와 포스터를 모으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할 수 있어 매력적이에요. 저에게 좋은 추억과 의미가 있는 작품을 사거나, 지인에게 그 사람의 분위기에 맞는 그림을 선물해요. 예술 작품에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내 눈에 보이는 대로 즐기는 거죠.”

국내에서 아트 프린트를 판매하는 ‘오픈 에디션’은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후 매출이 5배 이상 늘었다. 주로 20대보다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30대 중반 이상이나 신혼부부가 인테리어를 위해 찾는다. 앙리 마티스, 마크 로스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이 인기 있다. 최근 ‘데이비드 호크니’전에 전시된 대표작 ‘더 큰 첨벙’도 1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서울 중구 시청역 지하상가의 작은 갤러리인 ‘스페이스mm’에서는 포스터만 전시하는 ‘포스터 모더니즘’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기획사를 운영하는 강욱 CCOC 대표(51)가 2013년부터 수집한 포스터 중 20여 점을 전시한다. 김태수 스페이스mm 대표(55)는 “예술 작품보다 대중적 반응은 더 좋다”며 “쇤베르크, 칸딘스키, 청기사파 전시 포스터나 러시아 디자이너 알렉산드르 로드첸코의 포스터를 지나가던 행인이 알아보고 구매했다”고 말했다. 전시 중인 포스터 가격은 1만∼20만 원 선이다.

강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디자인적 가치가 있는 포스터가 활발히 거래된다”고 말했다. 인기 전시는 판매 당시보다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2013년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에서 열린 ‘David Bowie Is’전의 포스터는 당시 3파운드(약 4000원)에 판매됐지만 현재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260달러(약 31만 원)에 매물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포스터와 프린트 대부분은 투자보다 소장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유림 독립큐레이터는 “최근 경제적 여유는 없어도 작품 자체를 즐기는 경향을 두고 투자가 아니라 ‘아트 소비’라고 부른다”며 “역사적 가치가 있는 포스터는 투자가치가 있지만 대부분은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하는 데 만족하는 쪽”이라고 했다. 소은진 오픈에디션 대표(35)는 “원작자의 허락 없이 출력된 작품은 불법”이라며 “정식 라이선스를 거친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원작을 최대한 가깝게 느낄 수 있으며, 원작자를 존중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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