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만난 팀쿡 “관세 없는 삼성과 경쟁 힘들어” 對中관세 우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 유근형 기자

입력 2019-08-20 03:00 수정 2019-08-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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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폰 대부분 中서 조립생산
쿡 “삼성은 美 수출때 관세 안 내”… 美中 분쟁속 경쟁서 불리함 하소연
트럼프 “설득력 있어… 생각하는 중”
美언론, 관세 완화조치 가능성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자신에게 ‘삼성은 (애플과 달리) 관세를 내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내용을 공개하며 “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다”고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에서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쿡 CEO와의 만남에 대한 질문을 받고 “팀 쿡과 아주 좋은 만남을 가졌다.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운을 뗀 뒤 관세에 대해 그가 언급한 내용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이 주장한 것, 좋은 사례로 든 것 중 하나는 삼성이 (애플의) 1순위 경쟁자이고 삼성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애플로서는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very good company)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내는 게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이) 얼마나 좋은 경쟁자냐고 물었더니 그가 ‘아주 좋은 경쟁자’라고 했다”며 “그가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다고 보고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쿡 CEO는 휴가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16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이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대상이 되는 반면 경쟁사인 삼성은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애플의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립 생산하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피해 업체로 지목돼 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스마트폰 물량의 대부분을 베트남, 브라질 등에서 생산해 미국 관세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만남은 트럼프 행정부가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해 9월부터 시행하려던 10%의 추가관세 부과 계획을 12월로 연기한다는 계획을 발표(13일)한 사흘 뒤에 이뤄졌다. 애플은 일단 한숨을 돌린 상황이지만 에어팟과 애플워치 등은 예정대로 9월 추가관세 대상으로 남아 있고, 아이폰이나 맥북도 12월 15일이 지나면 관세 대상이 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쿡 CEO와의 논의 내용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미중 간 무역전쟁의 불똥이 삼성으로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삼성 고위 관계자는 1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반에 대한 수정 없이는 현실적으로 한국산 스마트폰만 과세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은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발효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국산 스마트폰도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돼 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에 들어가는 중국산만 관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CNBC나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미국의 주요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는 관세 부담을 완화하거나 이들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조치를 낼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거듭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말 방한했을 때 한국 기업인과의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치켜세우며 대미 투자 확대를 촉구했고, 2017년에는 삼성전자가 미국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보도에 “생큐 삼성”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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