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시장은 호황인데… 하나둘 불 꺼지는 록 페스티벌
임희윤 기자
입력 2019-08-14 03:00 수정 2019-08-14 03:00
국내 양대 지산락페스티벌 취소… 펜타포트는 열기없는 잔치로 끝나
美 우드스톡 50주년 축제도 못열려… 인구감소-팬 고령화-스타 부재 등
최근 들어 규모-흥행 하향세 뚜렷… 힙합-EDM 수용 하이브리드화 경향
50대 록 팬이 10, 20대 관객들을 ‘성경 속 홍해’처럼 가르며 무대 앞을 향해 진군했다. 폭우로 땅은 개펄이 되고 고온다습한 날씨에 관객들은 지쳐갔지만 록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이들을 웃음 짓게 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이야기다. 1999년 7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풍경.
트라이포트는 국내 야외 대형 록 축제의 효시였다. 올해 한국의 록 페스티벌은 20주년을 맞은 셈이다. 축하할 상황은 아니다. 축제들은 저물고 있다. 국내 양대 여름 록 페스티벌로 불린 ‘지산락페스티벌’은 취소됐다. 9∼11일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트라이포트의 적자(嫡子)이자 한때 세계 10대 록 페스티벌에 선정된 과거의 영광에서 멀어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1969년 대중음악 역사책의 한 장면을 장식한 ‘우드스톡 페스티벌’(40만 관객 관람, 지미 헨드릭스 등 출연)의 50주년 기념 축제가 전격 취소됐다. 전체 공연 시장 규모는 성장세인데 반세기 역사의 록 페스티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걸까.
○ 가벼운 출연진, 미숙한 운영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올해 주관사가 교체되며 라이프스타일 페스티벌로의 변신을 꾀했다. 펜타포트 관계자는 “휴식과 레저를 위한 시설을 늘려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록 축제의 기본적 운영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록 매거진 ‘파라노이드’의 송명하 편집장은 “지자체장 방문에 맞춰 드론과 폭죽 쇼를 하고 맥락이 희미한 브랜드 존을 배치하는 등 관객과 음악가보다는 관(官)이나 투자 기업의 눈치를 더 본 느낌이 강했다”며 “이런 예산을 무대 배치와 운영에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펜타포트는 행사 뒤 연인원 10만 명이 방문해 대성황을 이뤘다는 보도 자료를 냈지만 매년 이곳을 찾았던 이들의 반응은 차갑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예년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관객, 열기 없는 분위기는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셋째 날 미국 밴드 ‘위저’의 무대에서는 장비 문제로 공연이 3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 “한때 주류 록 페스티벌, 장르 축제로 축소될 것”
미국의 우드스톡 50주년 축제는 장소 변경과 준비 부족으로 취소됐지만,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록 장르의 비중이 급감하는 흐름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많다. 김작가 평론가는 “록 장르 자체가 1970년대 정점을 찍은 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인구 감소와 록 팬의 고령화, 슈퍼스타의 부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 세대의 록 장르 색깔 역시 변했다. 전자음악과의 결합이나 쿨한 분위기 등에서 예전처럼 뜨거운 야외 록 축제에 어울리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1969년 우드스톡은 당시 음악가들의 이상주의적 가치관과 시대상이 맞아떨어졌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록 페스티벌 시장은 어떻게 될까. 독일의 ‘바켄’, 프랑스의 ‘헬페스트’ 등 마니아 성향이 강한 헤비메탈 축제들은 여전히 수십만 명이 찾는다. 정원석 평론가는 “세계적인 몇 개의 장르 전문 축제를 제외하면 기존의 해외 대형 록 페스티벌도 힙합, 전자음악을 수용한 하이브리드 축제로 가고 있다”며 “록 축제는 재즈 페스티벌 같은 전문 장르 축제나 하이브리드 중 하나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美 우드스톡 50주년 축제도 못열려… 인구감소-팬 고령화-스타 부재 등
최근 들어 규모-흥행 하향세 뚜렷… 힙합-EDM 수용 하이브리드화 경향
2008년 7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년을 맞은 국내 대형 야외 록 페스티벌 시장은 2010년 전후로 정점을 찍었다가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올해 ‘유어썸머’ 페스티벌(15일)과 ‘강원 락 페스티벌’(16∼18일) 등이 남았지만 분위기와 흥행에서 영광을 재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동아일보DB
“얘들아, 나 딥 퍼플 봐야 돼! 이거 보려고 25년을 기다렸어!”50대 록 팬이 10, 20대 관객들을 ‘성경 속 홍해’처럼 가르며 무대 앞을 향해 진군했다. 폭우로 땅은 개펄이 되고 고온다습한 날씨에 관객들은 지쳐갔지만 록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이들을 웃음 짓게 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이야기다. 1999년 7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풍경.
트라이포트는 국내 야외 대형 록 축제의 효시였다. 올해 한국의 록 페스티벌은 20주년을 맞은 셈이다. 축하할 상황은 아니다. 축제들은 저물고 있다. 국내 양대 여름 록 페스티벌로 불린 ‘지산락페스티벌’은 취소됐다. 9∼11일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트라이포트의 적자(嫡子)이자 한때 세계 10대 록 페스티벌에 선정된 과거의 영광에서 멀어졌다. 최근 미국에서는 1969년 대중음악 역사책의 한 장면을 장식한 ‘우드스톡 페스티벌’(40만 관객 관람, 지미 헨드릭스 등 출연)의 50주년 기념 축제가 전격 취소됐다. 전체 공연 시장 규모는 성장세인데 반세기 역사의 록 페스티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걸까.
○ 가벼운 출연진, 미숙한 운영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올해 주관사가 교체되며 라이프스타일 페스티벌로의 변신을 꾀했다. 펜타포트 관계자는 “휴식과 레저를 위한 시설을 늘려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록 축제의 기본적 운영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록 매거진 ‘파라노이드’의 송명하 편집장은 “지자체장 방문에 맞춰 드론과 폭죽 쇼를 하고 맥락이 희미한 브랜드 존을 배치하는 등 관객과 음악가보다는 관(官)이나 투자 기업의 눈치를 더 본 느낌이 강했다”며 “이런 예산을 무대 배치와 운영에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펜타포트는 행사 뒤 연인원 10만 명이 방문해 대성황을 이뤘다는 보도 자료를 냈지만 매년 이곳을 찾았던 이들의 반응은 차갑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예년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관객, 열기 없는 분위기는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셋째 날 미국 밴드 ‘위저’의 무대에서는 장비 문제로 공연이 30분가량 중단되기도 했다.
○ “한때 주류 록 페스티벌, 장르 축제로 축소될 것”
미국의 우드스톡 50주년 축제는 장소 변경과 준비 부족으로 취소됐지만,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록 장르의 비중이 급감하는 흐름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많다. 김작가 평론가는 “록 장르 자체가 1970년대 정점을 찍은 뒤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인구 감소와 록 팬의 고령화, 슈퍼스타의 부재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 세대의 록 장르 색깔 역시 변했다. 전자음악과의 결합이나 쿨한 분위기 등에서 예전처럼 뜨거운 야외 록 축제에 어울리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1969년 우드스톡은 당시 음악가들의 이상주의적 가치관과 시대상이 맞아떨어졌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록 페스티벌 시장은 어떻게 될까. 독일의 ‘바켄’, 프랑스의 ‘헬페스트’ 등 마니아 성향이 강한 헤비메탈 축제들은 여전히 수십만 명이 찾는다. 정원석 평론가는 “세계적인 몇 개의 장르 전문 축제를 제외하면 기존의 해외 대형 록 페스티벌도 힙합, 전자음악을 수용한 하이브리드 축제로 가고 있다”며 “록 축제는 재즈 페스티벌 같은 전문 장르 축제나 하이브리드 중 하나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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