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 모르면 더 열광… 당첨 위한 반복의 유혹에 빠지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 조진서 기자

입력 2019-08-14 03:00 수정 2019-08-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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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 강한 ‘가변보상의 원리’… 스포츠팬이 응원팀 경기 계속 보듯
인간은 예측 어려울때 강한 끌림… 도박-게임업계서 적극 활용해와
우수성과 직원에 깜짝보상 지급 등… 긍정목적에 쓴다면 강력한 힘 발휘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는 일들이 있다. 스포츠 팬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 경기를 어제 봤더라도 오늘도, 내일도 또 보길 원한다. 직장인들은 출근하자마자 e메일을 확인하고 30분도 되지 않아 다시 메일함을 열어본다. 왜 자꾸 반복하는 걸까.

해보지 않아도 결과를 아는 일은 쉽게 지루해지지만, 스포츠팬은 경기를 보기 전까지 결과를 확신할 도리가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언제 어떤 e메일이 도착할지 모른다. 메일함을 열어 봐야만 새로운 e메일이 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결과 예측이 어려운 행동을 할 때, 즉 가변보상(可變報償)이 있을 때 인간은 강한 끌림을 경험한다.

가변보상 효과에 대한 연구로는 심리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버러스 프레더릭 스키너(1904∼1990)가 했던 쥐 실험이 유명하다. 스키너는 상자 안의 쥐가 레버를 누르면 치즈가 떨어지는 장치를 만들어 놓고, 쥐가 행동에 따른 결과를 학습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하루는 치즈가 부족했다. 그래서 레버를 누를 때마다 치즈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띄엄띄엄 떨어지게 했다. 스키너는 쥐들이 레버를 덜 누르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매번 치즈를 줬을 때보다 더 열심히 레버를 누르더라는 것이다.

스키너는 특히 치즈가 떨어지는 간격을 예측할 수 없게 했을 때 쥐가 레버를 더 꾸준히, 많이 누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레버를 몇 번 눌러야 치즈가 나올지 모르게 된 쥐는 치즈가 아예 없는 상황에서도 이번엔 치즈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탈진할 때까지 500번이고 1000번이고 레버를 눌러댔다고 한다.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도박업계와 컴퓨터 게임업계는 진작부터 가변보상의 위력을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이용해 왔다. 하지만 스포츠의 사례에서 보듯, 가변보상 자체가 악의적 조작은 아니다.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 목적에 쓰일 수만 있다면 그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기업에서 매년 일정한 시기에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해 정해진 포상금을 지급하는 관행에 변화를 시도해 보면 어떨까. 대학 수업에서 깜짝 퀴즈를 보듯, 상시 평가제를 도입하고 성과가 우수한 직원에게 가끔은 깜짝 놀랄 만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 가변보상 원리에 대한 통찰은 개인 차원에서 해로운 습관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평균적인 직장인은 하루 평균 15번, 37분마다 e메일을 확인한다고 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새 e메일에 ‘당첨’될 때 나오는 도파민이 주는 ‘공허한 도취감’을 갈망하기 때문에 e메일에 중독되는 것이다. 원래 하던 일로 돌아오려면 5분은 걸린다. 시간 낭비다. e메일 도착 알림을 끄고 정해진 시간(2시간 또는 4시간)마다 확인하는 원칙을 세우고 지켜보자.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자주 사용하는 소셜미디어에도 이 원칙을 적용하면 매일 두세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 가변보상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시간의 풍요로움을 누리는 삶을 살 수 있다.

김유겸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ykim22@snu.ac.kr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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