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끝, 파업 시작?… 고민에 빠진 車-조선-철강 노조

지민구 기자

입력 2019-08-13 03:00 수정 2019-08-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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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3일 쟁의대책위 열어… 기아차-현대重, 투쟁 방향 논의
日 보복 등 대내외 악재 많아 고심… 금속노조 총파업 예고 21일 ‘분수령’


여름휴가를 마치고 현장에 복귀한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제조업 노동조합이 파업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 분쟁으로 대내외 경제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성급히 파업에 나섰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는 12일 하부영 지부장 명의로 긴급 성명서를 내고 “회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안을 일괄 제시하면 추석 전까지 단체교섭의 빠른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여름휴가(3∼11일) 직전 조합원 찬반 투표로 쟁의행위 안건을 가결했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파업권을 확보했다. 13일에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단체교섭 재개 여부와 투쟁 방식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여건과 가까스로 실적이 회복세로 돌아선 회사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당장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회사 안팎의 시각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6일 국무회의에서 완성차 노사를 거론하며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사측은 전향적으로 협상해 해결책을 찾아 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한 것도 노동계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 지부장은 12일 성명서에서 “현대차 노조도 일본의 수출 규제를 비롯한 경제 도발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반일(反日)’ 국민정서를 고려한 내용을 담기도 했다.

금속노조 소속인 한국GM 노조 역시 12일 임한택 지부장 명의의 성명서를 통해 사측의 임금협상안 일괄 제시를 요구하며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제시했다. 임 지부장은 “노조도 한국의 경제 상황이 엄중한 것을 모르지 않는다”면서도 “사측의 전향적인 제안이 없으면 더 높은 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GM 노조는 14일 ‘전 조합원 총력결의대회’를 열어 조합원 내부의 의견을 모은 뒤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파업권을 확보한 기아차·현대중공업 노조는 12일 중앙쟁의대책위를 열어 향후 단체교섭 전략과 투쟁 방향 등을 논의했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파업 여부나 투쟁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진 않았다.

노조 ‘하투(夏鬪·여름 투쟁)’의 첫 번째 분수령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단체교섭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총파업을 예고한 21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아직 총파업에 어느 수준으로 참여할지도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여름휴가가 막 끝난 만큼 내부 조합원의 의견과 외부 여론을 살피면서 신중하게 세부 투쟁 전략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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