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美 4분기 성장률 하향 조정…세계 경제 위기 직면?

뉴욕=박용 특파원

입력 2019-08-12 15:16 수정 2019-08-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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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실물 경제에 미칠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하며 미국의 4분기(10~12월) 성장률을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무역전쟁 격화 등에 따른 경기 침체 공포로 세계 경제가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 매체인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날 투자자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무역전쟁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 추정치를 올렸다. 무역전쟁이 경기 침체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미국의 4분기 성장률을 0.2% 낮춘 1.8%로 전망했다. 잰 해치어스 골드만삭스 수석 경제분석가는 “정책 불확실성 영향으로 기업들이 불확실성이 해소되길 기다리며 자본적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며 “무역전망에 대한 비관적인 기업들의 심리는 투자, 고용, 생산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협상이 소득 없이 끝나자 관세 부과를 보류했던 나머지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다음달 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위안화 환율이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것(포치·破七)를 용인하는 한편 미국산 농산물 수입 중단을 발표했다. 미국은 이에 중국을 25년 만에 다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환율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골드만삭스는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예고대로 시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미중 무역협상이 2020년 미국 대선 전에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미중 무역전쟁의 강도가 높아지고 장기화할 경우 세계 무역 둔화와 경제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미국 IB인 모건스탠리는 5일 “미국이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려 미중 무역전쟁이 더 격화되면 (향후) 3개 분기 내에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져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00억 달러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다시 25%까지 올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세계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과 유럽중앙은행 등이 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 완화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역전쟁의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의 돈풀기만으로는 경기 둔화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CNN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과 무역전쟁에 대해 “실질적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득을 얻기 위해 불확실성, 투자 감소, 일자리 창출 감소 측면에서 상당한 손실을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6일 트위터에 “미중간의 최근 전개되는 일로 우리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적으로 가장 위험한 순간에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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