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시 들으며 디자인으로 채운 도시… 헬싱키

헬싱키=김동욱 기자

입력 2019-08-10 03:00 수정 2019-08-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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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두 가지 매력, 핀란드 헬싱키|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는 300개가 넘는 작은 섬들과 숲, 공원을 가진 해안도시다. 핀란드는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각광받는 나라. 헬싱키에 도착하면 맑은 공기에 코가 놀랄 수도 있다.

헬싱키는 디자인 도시로도 유명하다. 이쯤 되면 디자인 위주로 돌아볼지, 관광지 위주로 일정을 짤지 고민된다.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두 가지 코스를 소개한다. 물론 시간과 체력이 허락한다면 두 코스 모두 즐겨도 좋다.


○ 디자인 요소 가득한 헬싱키

헬싱키는 2012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됐을 만큼 디자인과 예술이 가득한 여행지다. 1917년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핀란드는 디자이너에게 국가 재건을 맡겼다. 덕분에 핀란드의 건축, 문화, 생활 등 어떤 곳에서도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기차역, 공원에 놓인 의자조차 범상치 않은 디자인 요소가 느껴질 정도다.

지난해 헬싱키 중심부에 새 디자인 대표 주자가 등장했다. 아모스 렉스 미술관으로 겉모습부터 독특하다. 과거와 현대의 조화를 내세우며 1930년대 만들어진 빌딩과 광장의 모습을 그대로 살렸다. 여기에 하얀색 타일을 붙인 기하학적인 돔 형태의 구조물들을 새로 만들었다. 새하얀 등대와 배가 떠오른다. 구조물 위에서 사람들은 책을 읽거나 뛰어논다. 광장 지하에는 축구장 면적 1.5배 규모의 미술관이 있다. 유리 돔에서 쏟아지는 빛 덕분에 지하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독특한 내외관과 유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로 개장 몇 주 만에 1만 명이 넘는 사람을 불러 모았다. 전시 작품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미술관 자체를 보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예약하면 가이드 투어는 물론이고 건축물 투어도 가능하다. 미술관 입구에는 기념품점과 그릇으로 유명한 핀란드 브랜드인 이탈라 판매점이 있다. 한층 높아진 안목으로 그릇과 기념품을 장바구니에 마구 담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문을 연 오디 도서관도 빼놓을 수 없다. 멀리서 봐도 ‘나 디자인으로 유명해’라고 몸으로 말하는 듯하다. 도서관인데 3층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햇볕을 쬐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안으로 들어가면 도서관의 정의부터 다시 생각나게 한다. 오디 도서관은 누구나 책을 빌리거나 읽고,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만들 수 있다. 복합문화공간이다. 분위기도 자유롭다. 열람실에서 아이들이 큰 소리로 떠들거나 누워서 책을 읽어도 누구 하나 개의치 않는다. 나선형 계단, 타원형 유리 천장, 새의 충돌 방지를 위한 더럽혀진 유리 등 건물 곳곳에 실용적 디자인 요소가 많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 알바르 알토(1898∼1976)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알토는 건축과 가구 디자인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중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아카데미아 서점에는 알토의 흔적이 남아있다. 일조량이 부족한 핀란드의 특성에 맞게 어디에서나 빛이 들어올 수 있게 설치한 커다란 기하학적 천장 유리창부터가 그의 아이디어다. 키에 맞춰 높이가 각기 다른 손잡이들이 설치된 서점 문도 그의 작품이다. 자연적인 디자인에 실용성까지 겸비한 음악당인 핀란디아 홀에도 알토의 손길이 닿아있다. 헬싱키 시내에서 버스(약 10분) 또는 자전거(약 30분)를 이용해 알토의 생가와 작업실(스튜디오 알토)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한편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의 손에서 태어난 핀란드 대표 캐릭터 무민 숍과 핀란드 여성들이 가장 사랑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마리메코에서도 디자인 강국 핀란드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 여유롭게 먹고, 즐기고, 쉬는 헬싱키

헬싱키의 진면목을 느껴 보려면 항구가 제격이다. 활기 넘치는 항구에는 헬싱키 사람들이 즐겨 찾는 노천시장인 마켓 광장이 있다. 싱싱한 해산물은 물론이고 블루베리, 딸기 등 싱싱한 제철 과일과 채소, 수공예품, 기념품 등을 파는 노점상을 만날 수 있다. 즉석에서 바로 조리해주는 생선 요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마켓 광장 옆 실내 시장인 반하 카우파할리는 핀란드의 대표적인 미식 코스 가운데 하나다. 핀란드 파이인 카리알란피라카와 연어크림수프를 비롯해 사슴, 순록 훈제고기도 맛볼 수 있다. 연어크림수프는 의외로 한국인의 입맛에도 딱 맞는다.

마켓 광장에서 페리로 15분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오멘린나 요새에 닿을 수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헬싱키 지역을 방어한 군사 유적지다. 군인들의 숙소로 쓰였던 건물들은 현재 아파트와 우체국, 도서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헬싱키 시민들이 소풍을 많이 오는 곳으로 햇빛이 비치는 잔디에 앉아 여유롭게 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여름에는 해변에서 수영을 즐길 수도 있다. 천천히 둘러봐도 2, 3시간이면 충분하다. 수오멘린나 요새의 건물들은 스웨덴과 러시아 통치 시절 건축 양식이 녹아들어 있어 이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각각 1868년, 1852년에 지어진 우스펜스키 교회와 헬싱키 대성당도 관광지로 유명하다. 마켓 광장에서도 가깝다. 유럽에서 흔하고 흔한 것이 교회와 성당이라지만 템펠리아우키오 교회만큼은 남다른 매력이 있다. 건축 공모전을 거쳐 1969년 지어진 건축물로 커다란 바윗덩어리에 구멍을 뚫어 만들었다. 한마디로 지하암석 교회다. 도시 미관을 해치던 보기 흉한 바윗덩어리가 이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회가 됐다. 천장과 외벽 사이에 커다란 유리창이 둘러싸 자연광이 최대한 많이 들어오게 설계됐다. 시간과 날씨에 따라 교회 안에는 빛의 마법이 펼쳐진다.

핀란드가 낳은 음악가 잔 시벨리우스의 음악을 들으며 걷는 시벨리우스 공원 산책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거대한 파이프오르간 설치물이 시벨리우스를 기념하고 있다. 서로 연결된 600여 개의 강철 파이프는 기하학적이다.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헬싱키에서 하루의 마무리는 무조건 사우나다.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에 무려 약 230만 개의 사우나가 있다. 헬싱키 대부분 호텔에서 사우나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좀 더 도전적인 사우나를 즐기고 싶다면 헬싱키 앞바다에 위치한 대중 사우나인 뢰일리로 가보자. 나무로 덮은 외관부터 마음이 편해진다. 예약과 수영복은 필수다. 바다와 맞닿아 있어 사우나를 하다 바다에 들어가 몸을 식힐 수도 있다. 발트해 깊숙이 위치한 헬싱키의 바다는 짜지 않으니 실수로 바닷물을 조금 마신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을 터다.

○ 여행정보


팁+ △시티바이크: 헬싱키 시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버스나 트램보다 자전거를 이용해도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설치하면 된다. 최초 30분은 무료다. 시내 곳곳에 정류장이 있다. 하루권으로 최대 5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사우나: 핀란드인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온도가 낮은 것 같으면 준비된 물을 화로에 뿌리면 된다. 앉을 자리에는 준비해둔 수건을 깔아두자.


감성+ △스포츠: 핀란드의 제1 스포츠는 아이스하키다. 8월부터 리그가 열리니 헬싱키를 연고지로 둔 팀인 HIFK를 헬싱키 시민과 함께 응원해보자. △음악: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조국 핀란드를 위해 시벨리우스가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작곡한 곡이다. △잇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무민’, 여기에 가위로 유명한 핀란드 브랜드 피스카스. 무민이 그려진 피스카스 가위는 기념품으로 제격이다.


여행지 지수(★ 5개 만점) △잔디밭에서 소풍하기 ★★★★☆ △디자인이 뛰어난 기념품 ★★★★★ △가게에서 영어로 주문하기 ★★★★☆△채식주의자가 식사하기 ★★★★☆ △교통 ★★★★☆
 
헬싱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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