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드는 열대야, 쇼캉스 즐겨볼까

강승현 기자

입력 2019-08-09 03:00 수정 2019-08-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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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마트 등 올빼미 쇼핑 급증… 현대百, 6시 이후 매출 15% 껑충
이마트, 영업 종료 1시간 늦춰… 방문객 수 전월 대비 13% 증가
온라인쇼핑 심야 이용 최대 14%↑… 삼겹살-아이스크림 즐겨 찾고
원기보충 건강식품 판매 늘어


섭씨 30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늦은 밤 쇼핑에 나서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특히 삼겹살, 아이스크림, 건강기능식품(사진 왼쪽부터) 등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각 업체 제공
직장인 김서원 씨(37)는 최근 일주일에 2번 정도 아이들과 함께 대형마트로 심야 장보기에 나선다. 평소 온라인 쇼핑몰을 주로 이용했지만 열대야가 길어지면서 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 쇼핑을 택했다. 김 씨는 “요즘은 밤에도 날이 더워 일찍 자는 게 쉽지 않다”면서 “밤 시간대에는 매장도 한산해 아이들과 종종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열대야가 늦은 밤 사람들의 쇼핑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해가 진 후에도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잠을 이루지 못한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방문하거나 온라인 쇼핑을 통해 지갑을 열고 있는 것. 백화점에는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해가 진 오후 6시부터 고객들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7월 12일부터 이달 5일까지 오후 6∼8시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5.4% 증가해 하루 중 가장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오후 2∼4시 매출은 4% 줄었다. 백화점에선 식당가가 가장 붐볐다. 품목별로는 식당가(21.4%), 해외패션(19.1%), 가전(16.6%), 식품관(13.4%), 스포츠(9.4%) 순으로 나타났다. 여름 보양식인 닭(34.7%), 장어(33.8%) 등의 판매량이 크게 늘었으며 더운 날씨에 요리를 꺼리면서 반찬류 판매량도 35.2% 증가했다.

밤 시간 쇼핑 고객이 늘면서 대형마트들은 영업 종료 시간을 늦추고 있다. 이마트는 18일까지 일부 점포(35개점)에 한해 영업 종료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늦춰 밤 11시 반에서 12시까지 연장 영업 중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연장 영업을 시작한 7월 19일부터 8월 7일 사이 방문객 수는 전월 동기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관계자는 “평소에는 저녁 시간에는 고객이 많지 않은 편인데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쇼핑객도 늘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지난달 15일부터 심야 연장 영업을 하고 있다.

심야 온라인 쇼핑도 늘고 있다. 8일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4∼30일의 심야 시간대(오후 9시∼오전 3시) 신선식품, 가공식품 판매량이 전월 동기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쇼핑 품목은 주로 먹거리에 집중됐다. 더운 날씨에도 구이용 육류를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해당 기간 삼겹살 오겹살 등의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732% 증가했다. 여름 대표 상품인 아이스크림 판매량도 518% 늘었다.

원기 보충을 위해 건강식품을 구입하는 사람도 많았다. 온라인 쇼핑몰 티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6일 사이 심야시간(오후 9시∼오전 3시) 판매량은 전월 동기 대비 14% 늘었다. 그중 가장 많은 판매 증가를 보인 품목은 홍삼 제품 등 건강기능식품으로 전월 대비 435% 증가했다. 휴가철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늘면서 다이어트 상품 판매도 같은 기간 138% 증가했다. 티몬 관계자는 “열대야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늦어지면서 평소에 비해 쇼핑을 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면서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지는 시기인 만큼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전제품 판매량이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전월 동기 대비 41% 증가했는데 TV(182%), 세탁건조기(78%)의 판매량이 두드러졌다. 올해 유독 습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세탁건조기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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