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VIP 자제를 뽑아라”…법정서 드러난 KT ‘특별채용’

뉴시스

입력 2019-08-08 05:44 수정 2019-08-08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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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격 판정 '관심지원자' 실무진 반대에도 합격
"특별한 강점 없음" 등 총평 써서 나름 반항까지
인사임원, 김성태 딸 정규직 전환 거부했다 혼쭐
인사 실무자들도 불만…"참고 하자고 얘기 들어"
8일 3차 공판…인사 총괄한 김상효 전무 증인석



‘A씨는 밝고 긍정적인 사고를 보유하고 있으나 마케팅 및 관련 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고 핵심을 찌르지 못해 타지원자 대비 특별한 강점을 찾기 어려움.’

‘B씨는 순수하고 솔직하며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성격을 보유함. 다만 관련 분야 보유 지식의 깊이가 없어 대체로 평이한 수준이고 열정 보완이 필요해 보임.’

지난 2012년 6월 KT 인재경영실 실무자는 상반기 대졸 공개채용에서 ‘관심지원자’ 2차 임원면접 결과를 (이석채) 회장 비서실에 보고하면서 A씨와 B씨에 대해 이같은 총평을 ‘일부러’ 첨부했다.

이는 지난 6일 열린 이석채 전 KT 회장 등의 업무방해 혐의 2차 공판에서 증인석에 앉은 김기택 전 상무의 증언이다. 2012년 당시 이 회사 인사담당 상무보로 재직했던 김 전 상무는 이 전 회장 등과 함께 기소된 피고인 신분이기도 하다.

김 전 상무는 굳이 총평을 작성해 보고한 이유에 대해 “떨어뜨릴 사람은 떨어뜨리자는 실무자의 의지였다. 실무자 나름대로 (드러낸) 일종의 반항의식”이라고 말했다.

A씨와 B씨는 2차 면접에서 나란히 ‘BCC’ 등급을 받았다. 임원 면접은 총 3명의 면접관이 들어가 각자 A~C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통상 ‘채용불가’를 의미하는 C등급을 두 개 이상 받으면 불합격 처리가 원칙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무자들은 불합격권인 A씨와 B씨가 (관심지원자라는 이유로) 합격해서는 안 된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었다.

이 같은 실무진의 ‘노력’에도 A씨와 B씨는 모두 최종합격했다. ‘윗선’의 의사결정에 따라서다. 이 중 A씨는 전직 국회의원의 딸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 등 KT 전 임원들의 채용비리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관심지원자나 내부임원추천자에 대해 실무자들이 사실상 “안됩니다”를 외쳤음에도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묵살 당했다는 법정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이런 상황은 임원급 직원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전 상무는 증인심문 과정에서 2012년 하반기 대졸 공채가 진행 중이던 10월 중순 KT 스포츠단 부단장으로부터 파견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전 의원 딸은 VVIP로 관리했다고 증언했다. 스포츠단 부단장은 역시 재판 중인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의 지시라고 했다고 한다.

김 전 상무는 실무진과 상의한 뒤 “그런 방법은 없고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되돌아온 것은 “네가 뭔데”라는 당시 권모 경영지원실장의 욕설 섞인 전화였다.

법정증언을 종합하면 김 전 상무는 이후 권 실장을 찾아가 “파견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제도도 없고 사례도 없어 불가능하다”고 재차 설명했다. “방법을 찾으라”는 권 실장의 성화에 마지못해 “2013년도 정규직 공채 때 지원하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에 권 실장은 “말귀를 못 알아 먹는다”며 화를 냈다고 김 전 상무는 기억했다.

결국 김 전 상무는 인재경영실장 등과 협의한 뒤 김 의원 딸을 2012년 하반기 대졸 공채 과정에 합류시키기로 했다. 당시는 일반 지원자들의 서류전형은 물론, 인적성검사까지 모두 끝난 시점이었다.

“2012년 기준 인사업무만 17년째”였다는 김 전 상무는 김 의원 딸의 채용 과정에 대해 “제게는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직장생활 하면서 그렇게 크게 야단을 맞아본 일이 (처음인데다) 제가 잘못한 일도 아니라 세세히 기억이 나는 것 같다”고 씁쓸히 말했다.

임원급 간부가 이 정도였으니 아래 직원들의 고충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열린 1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당시 인사담당 직원은 ‘끼워넣기를 해야해서 인사팀 실무자들의 불만이 있었던 것이 맞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맞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실무 팀장이 팀원들을) 다독이기 보다 본인도 위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대로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참고 하자’고 이야기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은 향후 재판에서 KT의 유력인사 자녀들 채용이 직원들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의사결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이날 오후 이 전 회장 등의 업무방해 혐의 3차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 공판에는 이 전 회장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상효 전 전무가 증인으로 나선다. 김 전 전무는 당시 김 전 상무의 상급자인 인재경영실장으로 인사 업무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KT에서 인재경영실은 회장 직속 부서로, 김 전 전무는 이 전 회장에게 수시로 인사 현안을 보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 측은 김 전 전무를 상대로 이 전 회장이 유력인사들의 자녀나 지인에 대해 채용특혜를 제공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집중 심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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