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우는 매미 때문에 잘 수가 없어요”

강은지 기자 , 최혜승 인턴기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입력 2019-08-06 03:00 수정 2019-08-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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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현상-밝아진 밤 환경으로 27도 이상일 때 말매미 크게 울어

27도 이상 기온에서 더 잘 우는 말매미. 동아일보DB
올여름 폭염, 열대야와 함께 우리 곁을 찾아온 손님이 있다. 바로 매미다. 기상청 계절관측에 따르면 서울에선 지난달 19일 매미의 첫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른 날이었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해보다는 4일 늦었다.

여름에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는 건 당연한 현상이지만 최근 몇 년 새 매미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울고 목소리도 커졌다. 동남아 지역이 원산지인 말매미(사진)가 2000년대 들어 도심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보통 기온이 27도 이하에서 더 많이 활동하던 참매미와 달리 말매미는 27도 이상일 때 75∼95dB(데시벨)로 운다. 주거지역의 소음 기준(주간 65dB, 야간 60dB)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매미 소리는 도심에서 더 기승을 부린다. 기후 변화와 도심 열섬 현상, 열대야가 만들어낸 결과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30여 년 전만 해도 말매미는 보기 힘들었다”며 “서울 여의도와 반포, 잠실 등 오래전에 형성돼 가로수가 풍성하면서 동시에 빌딩도 많아 열섬 효과가 나타나는 도심에서 주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가 져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 현상과 간판과 가로등 빛이 많은 탓에 최근 몇 년 새 매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운다.

말매미와 참매미는 울음소리로 구별할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참매미 울음소리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오전 4∼9시에 많이 들린다. 수컷이 “맴∼맴∼맴∼” 하고 리듬감 있게 암컷을 부른다. 반면 높은 기온에서 더 기승을 부리는 말매미는 “치이이이이∼” 하고 요란하게 운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청음 대역의 주파수는 4∼6kHz(킬로헤르츠)인데, 참매미 소리가 4kHz, 말매미 소리가 6kHz 대역에 속해 소음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최근엔 말매미에 이어 참매미도 고온에 적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장 교수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참매미 모습을 보기 어려워진 곳도 있다”며 “그러나 서울 열섬 현상을 보이는 지역에선 말매미뿐 아니라 참매미도 많이 보여 달라진 기온에 적응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최혜승 인턴기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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