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축구 위상 뛰어넘는 한국 e스포츠…해외에 주도권 뺏기지 않으려면?

김재형 기자 , 박종민 인턴기자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입력 2019-08-04 17:28:00 수정 2019-08-04 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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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의 국내 리그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 롤파크의 모습. 동아일보 DB

“페이커(프로게이머 이상혁의 아이디) 보려고 오늘 광주에서 올라왔어요.”

고교생 김해민 양(17·가명)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롤파크’의 로비를 서성이고 있었다. 여름 방학을 맞아 멀리 광주에서 왔지만 표를 구하지 못해 정작 경기장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김 양은 “경기가 끝나면 페이커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도 가슴이 뛴다”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롤파크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롤)의 국내 리그인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열리는 곳이다. 최대 500명이 관람할 수 있는 ‘LCK 아레나’와 팬미팅 존 등으로 구성되는데 크기가 5280m²(1600평) 규모로 잠실야구장 그라운드의 절반에 이른다. 이날처럼 페이커가 소속된 SK텔레콤 T1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관중석 매진은 물론이고 롤파크 전체가 국내외 팬과 취재진으로 가득 찬다.



● 프로야구·축구를 뛰어넘는 위상


2012년 출범 이후 LCK는 한국 e스포츠를 상징하는 대표주자가 됐다. 세계 롤 프로리그 중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히는 최상위 리그이다. 각 리그 최고의 클럽을 가리는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총 8회 개최)’에서 한국 프로팀이 다섯 번이나 우승했다.

최근 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4일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의 스폰서십 효과를 분석하는 마케팅 전문업체 데이타포트에 따르면 LCK의 ‘후원금액 대비 실 스폰서십 노출효과(ROSI)’는 63.4로 나타났다. 후원금의 60배가 넘는 광고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프로야구는 27.9, 프로축구 K리그는 18.3이었다. LCK의 광고효과가 프로야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데이타포트 관계자는 “스폰서십 효과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브랜드 파워가 강하다는 의미”라며 “아이돌 팬덤 문화가 확산하고 해외 팬층이 대거 유입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영국에 가서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관람하듯, e스포츠 종주국인 한국의 롤파크를 구경하고 싶다는 글로벌 인사들의 요청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가 이곳을 다녀갔고 프랜시스 거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 프랑스 기업사절단 97명 등이 이곳을 찾았다.


● 국내 e스포츠, “확장성 한계 극복해야”

이처럼 한국 e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게임 업계는 자사 게임을 LCK와 같은 브랜드 파워를 가진 종목으로 키우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4월 기준 문화체육관광부가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선정한 게임은 해외 게임사인 라이엇 게임즈의 ‘롤’을 비롯해 총 12개. 여기에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며 ‘메가 히트’ 게임으로 올라선 슈팅게임 배틀그라운드(펍지), 던전앤 파이터(넥슨), 펜타스톰(넷마블) 등 6개 종목이 포진돼 있다. LCK의 차기 대항마로 거론되는 국내 게임들이다.

하지만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e스포츠 ‘춘추전국시대의 도래’를 예상하면서도 주도권을 해외에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의 대다수 게임이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비롯해 슈팅게임이나 레이싱게임 등에 치중해 있어 e스포츠 종목으로 인정받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e스포츠 종목이 되려면 ‘전략시뮬레이션’처럼 전략과 팀플레이가 가미돼야 한다.

정부가 직접 나서 e스포츠 경기장을 대규모로 짓고 있는 중국에 비해 한국 정부의 e스포츠 대중화 노력이 뒤쳐지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칫 e스포츠의 지식재산권(IP)은 미국에, 경기장 운영은 중국에 패권이 넘어가고 한국은 ‘선수 실력’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박종민 인턴기자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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