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백색국가 제외…늘어나는 수출규제에 韓 경제 ‘먹구름’

뉴시스

입력 2019-08-02 10:50:00 수정 2019-08-02 10: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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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대상 품목 3개에서 1100여개로 확대
캐치올 규제까지 감안하면 규제 대상 더 늘어
韓 산업구조, 日 의존도 높아…성장률에 악재



일본 정부가 2일 수출 우대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26개 국가만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 두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수출규제에 나설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 불확실성 확대는 물론이고 당장 하반기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늘어나는 수출규제에 국내 기업 ‘한숨’

이날 일본은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공포되면 21일 이후인 이달 하순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수출규제 대상 품목은 현재 3개에서 1100여개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품목만 추린 것으로 비전략물자를 포함하는 캐치올 규제까지 감안하면 규제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캐치올 제도는 비전략물자라도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큰 물품을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결국 국내 기업은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1100여개 품목 외에도 캐치올 규제에 속할 수 있는 비전략물자까지 일일이 확인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국내 기업은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일본산 제품들을 수입할 때마다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3년 포괄허가를 통해 개별 수출품목 심사를 면제받아왔다.

수출 허가 심사에 앞서 서류 준비에 들어가는 기간만 1~2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수출업체는 국내 기업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기반으로 양식에 맞춰 서류를 작성하고 일본 경제산업성에 제출하게 된다. 이후 심사 절차에는 최대 90일이 걸린다.

일본 정부는 원칙적으로 대량살상무기(WMD)와 재래식 무기 개발, 제조 등에 활용하지 않는 품목이라면 절차에 따라 허가를 내주겠다는 입장이다. 수출금지가 아니라 지금까지 확인하지 않았던 부분을 좀 더 꼼꼼히 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앞서 수출규제에 들어간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허가는 현재까지 단 1건도 없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생산을 위한 핵심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지난달 4일부터 시행한 바 있다.

업계의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3개 품목 이외에 구체적인 규제 품목이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캐치올 규제는 일본 정부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원활한 수입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견해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일본이 어떤 식으로 규제를 강화할 것인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높은 산업 의존도에 경제성장률 2%대 위협

전문가들은 일본산 제품의 수출 규제 장기화가 국내 경기 불확실성을 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일본이 우리 경제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컸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별 총수입에서 일본의 비중은 10.2%(546억달러)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가공단계별로 구분하면 대일본 수입에서 중간재와 자본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4.1%, 25.3%이다. 이런 산업재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국내 산업에서 일본 의존도도 높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산업별로는 플라스틱·고무 및 가죽(32.5%), 기계(21.9%), 금속(21.1%), 화학(20.2%)에서 일본산 제품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이외에 전기·전자(10.1%), 생활용품(7.6%), 섬유의류(3.1%) 순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기준 일본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의 총 수입액은 27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품목 수는 48개에 달한다. 수입액 규모로 따지면 광물성생산품(10억9000만달러), 화학공업 또는 연관 공업 생산품(5억4000만달러), 플라스틱·고무 제품(5억1000만달러) 순으로 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부분 주력 산업에서 한국의 대일본 산업 경쟁력은 열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수출규제 문제에서 볼 때 경쟁력 우위를 가지지 못할 경우 국내 산업계가 위기에 빠지고 경제 성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하나금융투자는 얼마 전 올해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2.0%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정부가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2.4~2.5%)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 수출규제는 반도체 산업에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면서 업황 개선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다”며 “올해 4분기 이후 수출 회복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이다.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하반기 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일본 수출규제로 경제성장률이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2%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 아래로 점치기도 한다. 노무라증권은 대외 요인들이 부담 요소라고 지적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제이피(JP)모건도 한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하반기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우리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며 “기업들의 수입선 다변화가 전략이 될 수 있겠지만 사실상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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