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두고 시끌…“역사 왜곡”vs“영화일 뿐”

박태근 기자

입력 2019-07-25 16:16:00 수정 2019-07-25 17: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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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창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나랏말싸미'가 개봉과 함께 논란에 휩싸였다.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과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반응으로 온라인이 시끄럽다.

24일 개봉한 나랏말싸미는 세종(송강호 분)이 승려 신미(박해일 분)와 비밀리에 한글을 창제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글은 세종대왕이 눈병에 시달려가며 직접 창제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고, 초·중·고 역사 교과서도 '세종 친제설'을 반영해 기술하고 있는데, 영화는 '정설'이 아니라 '야사'를 다룬다.


영화는 신미가 세종의 조력자 수준을 넘어 거의 혼자 한글을 만들다시피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 때문에 영화는 시작 전 자막을 통해 "다양한 훈민정음 창제설 중 하나일 뿐이며,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본 일부 관객과 누리꾼들은 "창작의 범위를 넘어선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내고있다. 창작을 하더라도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은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네이버 영화 사이트에서는 '별점 테러'가 이어졌고,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영화를 보지 말자는 보이콧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유영 역사강사 이다지 씨는 '나랏말싸미' 홍보 영상을 찍었다가 뭇매를 맞았다. 이 씨는 홍보 영상에서 "훈민정음을 정말 세종대왕 혼자 만드셨을까?. 아무리 세종이 천재셔도 문자 만드는 게 무슨 학교 수행평가도 아니고 어떻게 혼자서 만드셨겠나. 비밀 프로젝트를 이끌어 갔을 핵심 인물로 계속 거론되는 사람이 바로 ‘신미 대사’"라고 말했다.

그는 "세종은 죽기 전 신미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라는 시호를 내리기로 결정하는데 전쟁 영웅한테 줄 만한 최고의 칭찬"이라며 "이 정도의 칭호를 유학자도 아닌 승려에게 내리려 했다는 건 아마도 훈민정음 창제의 공로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상이 확산되자 일부 누리꾼들은 공신력 있는 내용을 전달해야 할 역사강사가 왜곡 논란을 빚는 영화 홍보에 참여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을 쏟았다.

결국 이 씨는 24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화를 보기 전,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된 여러 학설 중 '신미 대사의 참여 부분에 대한 학설 및 소헌왕후와 세종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지식에 대한 소개 영상’으로 의뢰를 받고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고 해명하면서 "영화는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공신력 있는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강사로서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조금이라도 있다면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상을 삭제조치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작품이 다큐멘터리가 아닌 만큼 픽션으로 즐겨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 개봉 후 소셜 미디어 등에는 "한글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준 영화다", "영화는 영화로 받아들이자"등의 평이 올라왔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도 한 매체를 통해 "세종의 새 문자 창제 의도를 잘 그린 것 같다"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 역사를 배우려 해서는 안 된다. 영화는 영화로 보되, 한글을 세종이 직접 창제했다는 사실은 부모나 교육을 통해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을 사전에 의식한 듯 조철현 감독은 지난 15일 시사회 간담회에서 "저로서는 넣고 싶지 않은 자막일 수 있으나, 그 누구도 역사에 대한 평가나 판단 앞에서는 겸허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관점에서 (영화 시작 전)자막을 넣었다"며 "신미 스님의 존재는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확신할 수는 없었다. 많은 책과 논문, 동영상 등 신미의 행적을 찾아 탐방도 하고, 여러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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