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발 국제선 공급 과잉” 노선감축 나선 LCC

변종국 기자

입력 2019-07-25 03:00 수정 2019-07-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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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승객 못채워 수익성 악화 비상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과잉공급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지방발(發) 노선을 잇달아 축소하고 있다.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행 관광객이 급감하면 지방공항 노선의 구조조정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9월 1일부터 주 2회 운항하던 대구∼나리타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대구∼오사카 노선도 주 1회로 줄인다. 이스타항공도 9월부터 부산∼삿포로, 부산∼오사카 운항을 중단한다. 티웨이항공과 진에어 제주항공도 대구와 부산, 전남 무안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없애거나 운항 횟수를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LCC들이 지방발 노선의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늘어나는 공급만큼 여행수요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대구공항은 지난해 상반기(1∼6월) 국제선 총 운항편수는 6206편, 여객 수는 총 97만여 명이었다. 항공기 편당 평균 157명이 탄 것이다. 올해 같은 기간 운항편수는 총 9764편에 여객 수도 143만 명으로 늘었지만 편당 평균 승객 수는 147명으로 10명이 줄었다. 절대적인 여행객 수는 늘었지만 LCC들이 운항편수를 늘린 것을 따라오지 못하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LCC들의 최근 5년간 국제선 여객 증가율은 연평균 40%대에 이른다. 지난해 말 국토교통연구원에서 내놓은 ‘2019년 항공수요 예측 및 전망’ 보고서에서도 올해는 전년보다 19.6% 늘어난 303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기대치만큼 수요가 늘지 않으면서 지방발 국제선 노선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한 LCC 업체 관계자는 “가격 경쟁도 치열해지다 보니 어느 항공사가 언제 운항을 중단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일본 노선의 상대적인 승객 감소는 더 심각하다. 대구공항의 일본 노선은 지난해 상반기 총 3134편을 띄워 약 54만 명을 태웠다. 편당 평균 174명이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에는 총 4231편을 운항해 약 65만 명의 여객 실적을 올려 편당 평균 탑승객은 154명이다. 지난해보다 편당 20명씩 승객을 덜 태웠다는 의미다. 1인당 항공운임을 5만 원만 잡아도 약 42억 원이 줄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LCC 업계는 이번 노선 축소가 최근의 한일 관계에 따른 일본 여행객 감소 때문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LCC 노선전략 담당자는 “지금 공지된 비운항 노선은 한두 달 전부터 공지를 했던 노선”이라면서도 “일본 여행객이 줄어드는 추세가 계속되면 노선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LCC 업계는 지방자치단체와 공항 측에 각종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한국공항공사가 주최한 LCC 대표자 간담회에서 티웨이항공 측은 “지자체에서 여행 수요를 유치한 여행사들에 주는 인센티브를 대폭 올려 달라”고 건의했다. 에어부산 측은 “노선을 유지하려는 항공사에 공항시설 사용료라도 감면해 달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지방발 노선을 유지할 유인책을 달라는 것이다.

LCC 업계는 5월에 배분받은 중국 노선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 지방 노선에서 뺀 항공기들을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중국행으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노선 역시 경쟁이 심해 수익이 날지는 미지수다. 한 LCC 임원은 “현재도 LCC의 공급 과잉인데 신규로 지방에서 출발하는 LCC들이 대기 중이어서 향후 경영 악화가 우려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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