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랄하게 비틀고 꼬집은 부조리… ‘척추를 더듬는 떨림’ 10월 5일까지

김민 기자

입력 2019-07-23 03:00 수정 2019-07-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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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중심 활동 작가들 그룹전

‘겉모습은 유쾌한데 속엔 칼을 품고 있네….’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밀레니얼’ 작가들의 작품이 삼청동에 온다.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삼청’에서 10월 5일까지 열리는 그룹전 ‘척추를 더듬는 떨림’은 솔 칼레로(37), 카시아 푸다코브스키(34), 페트리트 할릴라이(33), 조라 만(40)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 작품들은 화려한 색채와 아기자기한 형태가 유쾌함을 자아내지만, 그 속엔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 흥미롭다.

푸다코브스키의 설치 작품 ‘지속성없음(Continuouslessness)’은 2011년부터 이어지는 미완성 연작이다. 스크린처럼 연결된 패널은 분해가 가능해 전시 때마다 배열이 달라진다. 첫 패널 ‘젠더 벤더’는 남성성, 여성성을 상징하는 듯한 요철을 엇갈리게 배치해 젠더 구별을 유머러스하게 꼬집는다. 또 새롭게 선보이는 ‘범죄를 찾는 처벌’은 낡은 대합실 의자를 배치해 국가가 개인을 통제, 감시하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표현한다. 이 시리즈는 유명 현대미술가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이 큐레이터를 맡은 15회 이스탄불 비엔날레에서도 선보였다.

알록달록하고 탐스러운 형태가 돋보이는 칼레로의 작품은 ‘라틴아메리카’의 의미를 돌아보는 작품이다. 남미를 상징하는 전형적 이미지를 차용하고 변주해 국가나 문화에 관한 고정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할릴라이의 ‘철자법 책’은 전쟁으로 고통 받는 코소보 지역의 한 학교 교실 책상 위의 낙서를 대형 설치물로 만들었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끼적인 가냘픈 낙서가 단단한 철로 만든 조각 작품이 되면서 상처를 보듬는 듯하다. 만의 ‘코스모파기’는 케냐의 해변에 버려진 플라스틱 슬리퍼를 활용해 블라인드로 만들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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