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장 울린 사진은, 베닝턴의 뒤통수만 나온 마지막 공연컷”

임희윤 기자

입력 2019-07-17 03:00 수정 2019-07-17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내달 14일 내한 사진전 여는 美 록밴드 ‘린킨파크’ 한국계 멤버 조 한
2017년 보컬 베닝턴 비극적 죽음… 마지막 순간들 담아 자료가치 커
‘In the End’ 뮤비 만든 영상감독… ‘트랜스포머1, 2’ 뮤비도 제작
“미국내 아시안 콘텐츠 힘 급신장… 밴드 휴지기에도 작업은 계속”


다음 달 열리는 조 한의 사진전에서 공개될 작품들. 조 한 제공
한국계 미국인 음악가 조 한(42)이 한국에서 다음 달 첫 사진전을 연다. 한은 미국의 세계적 밴드 린킨파크의 멤버. 앨범을 1억 장 이상 판매한 린킨파크는 21세기 가장 성공한 록 밴드로 통한다. 2017년 보컬 체스터 베닝턴이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뒤 밴드는 휴지기에 들어갔다. 한의 사진전은 베닝턴과 함께한 밴드의 마지막 순간들을 담은, 록 역사에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서 16일 만난 미국 밴드 ‘린킨파크’의 DJ 멤버 조 한. 그는 “보컬이자 친구인 체스터 베닝턴이 세상을 떠난 후 사진은 내게 향기처럼 남아 치유의 과정이 돼 줬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강남구에서 16일 만난 한은 “(베닝턴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투어가 중단된 뒤 사진들을 들여다보다 말할 수 없는 감정에 빠졌다”고 했다. 한이 투어에서 베닝턴의 마지막 순간들을 담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2017년 ‘One More Light’ 앨범을 내고 투어에 나서기 얼마 전, 작고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구하게 됐어요.”

그저 재미였다. 한은 공식 사진사가 기록하지 않는 무대 뒤 밴드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다.

“체스터가 떠난 뒤 제가 찍은 사진을 확대해서 인화해 봤어요. 공연장을 메운 관객 한 명 한 명의 표정이 보이더군요. 저를 가장 울린 사진은 체스터의 뒤통수만 나온 공연 컷이에요. 그가 손을 뻗어 앞줄 관객의 손을 잡아주는 순간.”

한은 재능 있는 영상감독이기도 하다. ‘In the End’, ‘Somewhere I Belong’ 같은 린킨파크의 대표곡 뮤직비디오를 그가 연출했다. 밴드가 담당한 영화 ‘트랜스포머’ 1, 2편 주제곡 뮤직비디오도 그의 솜씨다.

지난해에는 일본계 미국인 DJ 스티브 아오키의 히트곡 ‘Waste It on Me’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방탄소년단이 참여한 노래. 한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일정 관계로 직접 출연하지 못했지만 미국 연예계에서 아시아계 스타들의 분위기를 담았다. 배우 김민 씨의 남편인 이지호 감독이 보조 연출을 해줬다”고 했다.

한은 2002년 린킨파크 멤버로서 한국계 최초 그래미상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최근 한국과 아시아 콘텐츠가 일으킨 미국 내 파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같은 영화나 케이팝 열풍은 시작에 불과해요. 대중이 보는 카메라 앞이 아닌 카메라 뒤편의 움직임이 더 분주합니다. 미국 서부 연예계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시아 스타와 콘텐츠의 힘이 어마어마하게 커졌습니다.”

베닝턴이 없는 린킨파크의 미래를 묻자 그는 말을 아꼈다. 한은 “멤버들이 자주 만나며 친구로서 더 돈독해졌다”며 “언제나 그렇듯 음악 작업은 계속하고 있으니 조만간 린킨파크의 새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의 사진전은 다음 달 14일부터 한 달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진행한다. 다음 날인 15일에는 이곳에서 열리는 ‘유어썸머’ 페스티벌에 DJ로 무대에 선다. 이달 18일에는 특별 팝업 전시를 성동구 ‘레이어57’에서 연다. 사진전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CARRY ON.’

“여러 의미가 있어요. 첫째는 기내용 수하물이죠. 가장 아끼는 물건들만 추린…. 체스터는 정신적 문제를 앓고 있었지만 제가 아는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자 최고의 아빠였어요. 제가 사진에 담은 것은 오래도록 간직할 타임캡슐들이에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