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 왜 개인마다 다를까요

김경학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입력 2019-07-16 03:00 수정 2019-07-1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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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Q.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릴 때 개인마다 이자율이 다르게 정해집니다. 금융회사는 대출금리를 어떻게 정하며 왜 개인마다 금리를 다르게 적용할까요?


A. 사람들은 돈이 부족해지면 은행 등 금융회사를 찾아 필요한 돈을 빌리게 됩니다. 빌린 돈에 대해 지불하는 사용 대가를 ‘이자’라고 합니다. 빌린 돈(원금)에 대한 이자의 비율을 ‘이자율’ 또는 ‘금리’라고 합니다.

이자를 주고받는 게 상식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약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함무라비 법전에는 은과 보리를 빌리는 대가로 지급하는 이자율의 상한선이 각각 33.33%와 20%로 규정된 조항이 있습니다. 이자가 허용됐던 것이죠. 고대 그리스에서도 이자는 존재했습니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은 새끼를 잉태할 수 없기 때문에 대가 지급은 정당하지 않다’며 이자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이자를 받지 말라’는 성경 구절에 따라 이자를 금지시켰습니다. 16세기 종교개혁가 장 칼뱅이 이자 금지에 반대하고 나섰으며 비슷한 시기 영국에서는 이자가 합법화됐습니다. 근대 이후 산업혁명을 통해 대량 생산이 이뤄지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금융 산업이 발전했고 이자는 정당화됐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금리의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금융시장에서 여러 거래 당사자 간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시장금리, 금융회사와 고객 간 계약에 의해 결정되는 대고객 금리 등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접하는 금리는 대고객 대출금리에 해당합니다.

대고객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됩니다. 여기서 대출 기준금리는 개별 금융회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시장 전체의 자금조달비용 등이 반영돼 시장에서 결정됩니다. 전국은행연합회가 국내 8개 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을 종합해 산출하는 코픽스(COFIX·Cost of Funds Index)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가산금리는 금융회사들이 정합니다. 금융회사마다 대출 관련 업무 원가, 위험도(리스크), 목표이익률 등을 계산해 결정합니다. 금융회사들은 거래가 많아 금융회사 실적에 기여를 많이 한 사람에게는 금리를 깎아주기도 합니다. 개인 신용도가 높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못할 위험이 낮은 소비자에게는 우대금리를 주기도 합니다.

반면 소득이 없거나 연체 기록이 있으면 금융회사들은 소비자에게 이자를 더 많이 요구하거나 대출을 거절하기도 합니다. 은행에서 거절당한 소비자들은 보험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찾아야 합니다. 여기서도 거절당하면 대부업, 심지어 사채까지 내몰리게 되죠. 낮은 금리로 안전하게 돈을 빌리기 위해서 꾸준히 금융 거래를 하고 신용을 잘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출금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예를 들어볼까요.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이번 달 코픽스가 연 2.0%이고 금융회사가 어떤 고객의 가산 금리를 2.0%로 정했다면 대출금리는 4.0%가 됩니다.

금융회사들도 경영을 잘해 회사 자체의 신용도가 높아지면 금융시장에서 더 싸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대출금리도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은 돈을 빌린 후 대출 당시에 비해 개인 신용도가 높아지면 이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금융회사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출금리는 금융소비자와 금융회사의 복합적인 상호 작용에 따라 결정됩니다. 최근에 금융당국은 은행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지던 가산금리 산정 과정까지 소비자에게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과거보다 더 정확히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금리 결정 과정은 더욱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바뀔 것입니다.

김경학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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