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우려 목소리 6년째 외면한 국회

김지현 기자 , 박성진 기자

입력 2019-07-12 03:00:00 수정 2019-07-12 04: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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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경제보복 파장]“R&D 막는 화평-화관법” 반발에도
개선 없이 통과… 이후 되레 강화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만들어놓고 대체 반도체 소재산업을 어떻게 키우라는 겁니까.”

6년 전인 2013년 8월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장비소재 육성전략 포럼’. 반도체 소재 기업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법 시행(2015년 1월)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당시 참석 기업들은 “해외 선진국과 달리 소량의 물질까지 일일이 관리하고 규제하는 화평법과 징벌적으로 처벌하는 화관법 때문에 국내에선 연구개발(R&D)조차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화평법과 화관법은 화학물질 등록 의무를 강화하는 글로벌 추세 속에 2012년 처음 등장했다. 국내 산업현장을 뒤흔들 만한 영향력을 가진 법이었지만 모두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지 불과 한 달 안팎의 짧은 시간에 국회 문턱을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업계의 우려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발의됐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했다.

화평법에 대해선 한국에 진출한 미국 등 외국계 기업들도 과도한 규제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정부와 여당(당시 새누리당)은 소량의 물질에 한해 등록을 간소화해주는 등 ‘법안 땜질’에 나섰지만 본질적인 규제는 그대로 남긴 채 법은 2015년 시행됐다.

2010년 전후로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고’를 계기로 법은 더욱 강화됐다. 등록대상 화학물질의 범위를 대폭 늘리는 개정안이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1월부터 시행 중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 초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까지 현장에 적용되면 기업들로선 이중, 삼중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대책은 별로 없는 상태. 20대 국회 들어 통과됐거나 계류 중인 화관법 개정안 20건과 화평법 개정안 19건 대부분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2017년 9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화관법에 따른 장외영향평가서와 위해관리계획서 내용이 산안법에 따른 공정안전보고서와 유사해 사업자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공정안전보고서로 화관법 자료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아직도 계류 중이고, 대신 지난해 11월 해당 내용이 시행규칙에 반영됐다.

한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화관법과 화평법은 6년 전부터 이미 부작용이 수없이 예고돼 온 법”이라며 “그때 업계의 목소리를 조금 더 반영해줬더라면 지금처럼 일본에서 수입을 못 할 위기에 처했을 때 대체할 수 있는 국내 업체 기술이 더 많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박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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