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엎친데 수출보복 덮쳐… 한국경제, 깊어가는 부진의 늪

세종=주애진 기자

입력 2019-07-08 03:00 수정 2019-07-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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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4개월 연속 경기부진 진단… 5월 설비투자 작년보다 11% 줄고
수출도 7개월째 감소해 빨간불… 전문가 54% “1년뒤 서울집값 상승”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개월 연속 한국 경제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미중 무역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고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돌발 악재까지 터져 정부가 하향 조정한 성장률 목표도 달성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DI는 7일 발표한 ‘7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소비 둔화가 다소 완화됐지만 투자와 수출이 위축돼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4월 ‘경기가 부진하다’는 표현을 쓴 이후 경기에 대한 우려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5월 산업 생산은 작년 같은 달 대비 1.0% 증가했다. 1년 전에 비해 조업 일수가 이틀 늘어난 영향으로 서비스 생산이 2.1% 증가한 반면 광공업 생산은 0.2% 하락했다. 특히 KDI는 반도체 재고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제조업 분야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출하가 늦어지고 재고가 쌓이면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전반적인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5월 소매 판매가 3.4% 증가했지만 소매 재고가 늘고 소비자심리지수가 5, 6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5월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는 작년보다 각각 11.5%, 5.3% 줄었다. 미래 설비 투자를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인 6월 자본재 수입액은 전달에 비해 16.5% 줄었다. 지난달 주택 인허가(―24.5%)와 주택 착공(―21.2%)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은 13.5% 감소해 2016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수출이 7개월째 감소하면서 5월 경상수지 흑자도 49억5000만 달러로 작년 대비 40%가량 쪼그라들었다. 다만 5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25만9000명으로 전달(17만1000명)보다 개선됐다. KDI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 효과 덕분이라고 했지만 일용직 증가와 임시직 및 무급 가족 종사자 감소 폭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 많다. 일자리의 양만 늘었을 뿐 질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시장과 관련해 KDI는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면서 종합주가지수와 원화 가치는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성장세 둔화 흐름이 지속하고 불확실성도 상존함에 따라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한편 KDI가 지난달 부동산시장 전문가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53.8%는 1년 뒤 서울의 집값이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값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응답은 21.7%, 하락할 것이란 응답은 24.5%였다. 3개월 전 전문가의 59.4%가 서울 집값이 1년 뒤 하락할 것으로 진단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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