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질산염이 발암물질?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7-08 03:00 수정 2019-07-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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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로 식수 불안 확산

기준치보다 낮은 농도의 질산염도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가 한 달 넘게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수돗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구경북 지역 수돗물에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돼 한때 마트의 생수가 동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돗물 속에 포함된 질산염이 허용 기준치 이하여도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와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질산염은 유기물 중 질소화합물이 산화하면서 분해돼 무기화한 물질로, 식수를 통해 몸 안에 들어올 경우 아질산염으로 바뀐다. 아질산염은 헤모글로빈을 산화시켜 조직에 산소를 원활히 실어 나르지 못하게 하는 중독 증상을 일으킨다. 질소질비료, 축산 분뇨, 생활하수 등이 상수원으로 흘러 들어가면 수돗물의 질산염 농도가 높아진다. 한국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에 따라 음용수 기준으로 L당 10mg 이하로 지정했다. 서울 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6개 아리수정수센터의 수질검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2월부터 최근까지 평균 L당 1∼3mg의 질산염이 지속적으로 검출되고 있다.

문제는 질산염이 허용 기준치 이하여도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 EWG는 미국 내에서 해마다 1만2594건의 암 발생이 수돗물 속에 포함된 질산염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환경연구’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7년 질산염 오염이 발생한 미국 내 수도 시스템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약 8100만 명이 L당 평균 1mg 이상의 질산염에, 약 600만 명이 L당 평균 5mg의 질산염에 노출돼 있었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염물질에 특정 농도로 노출됐을 때 나타날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률로 평가했다.

분석 결과, 해마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미숙아 출산 가운데 2939건, 조산 가운데 1725건, 신경관결함(뇌와 척수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나타나는 선천성 기형) 가운데 41건이 수돗물 속에 포함된 질산염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과 난소암, 갑상샘암, 신장암, 방광암을 포함해 연간 1만2594건의 암 발생과도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특히 질산염으로 발생하는 암 중 84%는 대장암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덴마크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토르벤 시그스고르 덴마크 오르후스대 공중보건과 교수 연구팀은 1978∼2011년 덴마크인 270만 명을 추적해 질산염에 노출된 사람들과 대장암 발병 간의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현행 기준치를 크게 밑도는 L당 3.87mg 이상의 질산염에 노출될 경우에도 대장암 발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WG의 올가 나이덴코 선임고문팀은 추가적으로 질산염이 대장암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 8개를 모아 메타분석을 했다. 메타분석은 특정 주제의 연구 결과들을 수집해 통계적으로 재분석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질산염이 L당 0.14mg 이상일 경우 몸에 유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나이덴코 고문은 “질산염은 현행 기준치의 10분의 1 수준이어도 암이나 다른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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