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유치원 등록비까지…‘낀 세대’ 60대, 위로는 부모봉양 아래로는 자식 뒷바라지

김형민기자 , 위은지기자

입력 2019-07-07 17:06 수정 2019-07-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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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 사는 60대 김모 씨는 최근 서울에 사는 아들로부터 손주 유치원 등록비를 부담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은퇴 후 연금을 받으며 사는 김 씨 입장에서 손주에 대한 지원이 아깝지 않았으나, 본인 생활이 어려워질까 잠시 고민했다. 김 씨는 “마땅한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손주 유치원 비용이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60대를 일컬어 이른바 ‘낀 세대’라고 부른다. 위로는 부모를 봉양하며 아래로는 성인이 된 자식들 뒷바라지에 손주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여 ‘위아래로 끼었다’는 뜻이다.

한화생명이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드사 매출 정보 등 빅데이터 약 2000만 개를 분석한 결과, 60대의 자녀 관련 지출 중 손주 유치원 등록비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8월부터 1년 간 한 대형 카드사의 매출 정보를 보면 60대의 자녀 관련 지출 중 유치원 등록비가 25.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학원비 18.9%, 등록금 17.0%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선 20, 30대와 50, 60대의 ‘가족’에 대한 관심도 대조적이었다. 한화생명이 SNS 등 약 20만 건의 게시글을 분석한 결과, 가족을 주제로 한 게시글 비중은 5060세대가 18.6%, 2030세대가 3.2%를 보였다. 자녀세대에 비해 부모세대가 가족에 쏟는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공소민 한화생명 빅데이터팀장은 “청년실업에 늦은 결혼, 맞벌이 가정의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이들 낀 세대는 성인이 된 자녀의 생활까지 돌봐줘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육아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2533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 보육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부모세대의 고충이 드러났다. 조사 대상 중 개인에게서 양육 지원을 받는 가정 10곳 중 8곳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 조부모 중 절반 가까이가 금전적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관계자는 “손주 양육을 돕는 조부모의 시간을 보상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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