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인공지능의 낭만 언제까지 가려나
임희윤 기자
입력 2019-07-03 03:00 수정 2019-07-03 03:00
2019년 7월 2일 화요일 맑음. 로봇 전쟁.
#320 The Flaming Lips ‘Yoshimi Battles
노래 가사처럼 앨범 표지에는 인디언 소녀처럼 가녀린 우리의 주인공 요시미가 있다. 무식하게 큰 핑크 로봇과 마주 선 요시미는 작게만 보인다.
얼마 전, 잡지 에디터 A를 만나 인공지능과 예술에 관한 심오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만 떠올랐다. 미국 록 밴드 플레이밍 립스의 음반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
음반 주제곡 격인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 Pt. 1’의 화자는 요시미만 한 소년일 것 같다. 지구를 파괴하러 온 로봇에 대항해 작은 요시미가 승리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는 아이.
‘오, 요시미, 사람들은 날 안 믿어 주지만/너는 로봇들이 우릴 이기게 놔두지 않을 거야/요시미, 사람들은 믿지 않지만/넌 로봇들이 나를 먹어치우게 두지 않을 거야’
동요처럼 순박한 멜로디에 실린 천진한 가사는 거대한 소재와 대비된다. 지구의 위기는 먼 옛날 슬픈 동화처럼 돼 버린다. 노래를 듣다 영문도 모른 채 눈물샘 근처가 시려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결말은 말을 안 해줘도 알 것 같다. 우리의 요시미는 거대한 로봇에 끝내 처참히 패하고 지구는 절멸의 핑크빛으로 물들리라. 애당초 외계 로봇 처치를 전담한 시청 공무원이라니, 가당키나 한 얘긴가.
1998년 대한민국에 사이버가수 아담이 있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된 아담은 약력도 버젓했다. 1997년 12월 12일생. 나이는 출생 1년 만에 20세. 출생지 ‘EDEN’.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 조성모의 ‘아시나요’를 합작한 당대의 작사·작곡가 강은경, 이경섭 콤비가 지은 데뷔곡은 ‘세상엔 없는 사랑’. 김치찌개를 좋아하지만 진짜 인간과 함께할 수 없는 사이버가수의 짝사랑 이야기는 눈물겹다.
그들이 인류를 방해물로 인식하는 ‘특이점’이 오기 전에 즐겨야겠다. 로봇의 낭만, 인공지능의 환상.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320 The Flaming Lips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2002년)
‘그녀의 이름은 요시미/가라테 검은 띠지/도시를 위해 일하는데/육체를 단련해야 해’
노래 가사처럼 앨범 표지에는 인디언 소녀처럼 가녀린 우리의 주인공 요시미가 있다. 무식하게 큰 핑크 로봇과 마주 선 요시미는 작게만 보인다.
얼마 전, 잡지 에디터 A를 만나 인공지능과 예술에 관한 심오하기 그지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만 떠올랐다. 미국 록 밴드 플레이밍 립스의 음반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
음반 주제곡 격인 ‘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 Pt. 1’의 화자는 요시미만 한 소년일 것 같다. 지구를 파괴하러 온 로봇에 대항해 작은 요시미가 승리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는 아이.
‘오, 요시미, 사람들은 날 안 믿어 주지만/너는 로봇들이 우릴 이기게 놔두지 않을 거야/요시미, 사람들은 믿지 않지만/넌 로봇들이 나를 먹어치우게 두지 않을 거야’
동요처럼 순박한 멜로디에 실린 천진한 가사는 거대한 소재와 대비된다. 지구의 위기는 먼 옛날 슬픈 동화처럼 돼 버린다. 노래를 듣다 영문도 모른 채 눈물샘 근처가 시려온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결말은 말을 안 해줘도 알 것 같다. 우리의 요시미는 거대한 로봇에 끝내 처참히 패하고 지구는 절멸의 핑크빛으로 물들리라. 애당초 외계 로봇 처치를 전담한 시청 공무원이라니, 가당키나 한 얘긴가.
1998년 대한민국에 사이버가수 아담이 있었다.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된 아담은 약력도 버젓했다. 1997년 12월 12일생. 나이는 출생 1년 만에 20세. 출생지 ‘EDEN’. 좋아하는 음식은 김치찌개. 조성모의 ‘아시나요’를 합작한 당대의 작사·작곡가 강은경, 이경섭 콤비가 지은 데뷔곡은 ‘세상엔 없는 사랑’. 김치찌개를 좋아하지만 진짜 인간과 함께할 수 없는 사이버가수의 짝사랑 이야기는 눈물겹다.
그들이 인류를 방해물로 인식하는 ‘특이점’이 오기 전에 즐겨야겠다. 로봇의 낭만, 인공지능의 환상.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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