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음악, 그림에 담은 독도… 세계인의 가슴에 ‘한국땅’ 새겨야죠

독도·울릉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입력 2019-06-29 03:00:00 수정 2019-06-29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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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사랑 모임 ‘라메르에릴’, 국토의 막내 여섯 번째 탐방기

“뚜∼.”

정박을 알리는 긴 뱃고동 소리. 멀미를 잊으려 질끈 감고 있었던 눈을 번쩍 떴다. 2시간의 거센 출렁임은 무엇이었냐는 듯, 맑고 화창한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회색 바위로 된 ‘고독한 섬 두 개’라는 상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수천 갈매기의 합창과 유월의 초록, 화사한 들꽃들로 초여름 독도는 환하게 피어나 있었다.

호주 시인 댄 디즈니(서강대 영문과 교수)가 넋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와, 한마디로 아름답군요!”

원로화가 민정기 화백이 맞장구쳤다.

“예전에도 와봤지만 인상이 완전히 다르네.”

화가, 작곡가, 첼리스트, 소프라노, 해금 연주가, 미술평론가. 시인…. 각자의 영역에서 아름다움을 표현해 온 예술가들이 22일 국토의 소중한 막내 독도에 발을 디뎠다. 독도와 동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뭉친 예술가와 학자들의 모임 ‘라메르에릴(La Mer et L‘^Ile·바다와 섬)의 여섯 번째 독도 탐방 행사였다. 이 모임의 이사진을 포함한 16명이 방문에 동행했다.

선착장을 떠나 일반 관람객 출입을 통제한 동도(東島) 통행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찔한 계단이 이어졌다. 어느 순간 앞서 가던 일행이 ‘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서도의 완전한 모습이 거짓말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4K UHD가 필요 없는, 무한 해상도와 크기의 화면이었다. 깊은 사파이어 빛의 바다 위에 독도는 끝없이 긴 세월을 어제 얘기처럼 들려주고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김호득, 이종송, 이이정은 화가가 스케치북을 펼쳤다. 민 화백은 “예전과 빛의 느낌이 다르다”며 이곳저곳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디즈니 시인도 전망 좋은 곳에 털썩 주저앉아 시작(詩作) 노트를 꺼내들었다.

문득 친근하면서도 애절한 해금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해금 연주가 고수영이 연주하는 선율은 동요 ‘섬집아기’였다. 엄마가 일하러 간 사이 파도의 자장가에 곤히 잠든 아이를 묘사하는 선율. 외롭게 바다의 한쪽 끝을 지켜온 독도에 대한 애잔한 단상을 불러일으켰다. 환상을 일깨우는 선율에 화가들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자, 아쉽지만 이제 내려가야 한다는군요. 배가 곧 들어와요.”

이함준 라메르에릴 이사장(전 외교안보연구원장)의 한마디에 발걸음이 다시 부산해졌다. “뭘 그리셨나?”라는 일행의 궁금증에 김호득 화백(영남대 명예교수)은 대범하게 윤곽을 스케치한 서도를 보여줬다.

“이걸 바탕으로, 굵게 붓질한 모필 작품을 그리려고 해요. 아, 그런데 고개를 들어 쳐다볼 때마다 풍경이 바뀌데. 꼭 다시 오고 싶을 거야.”

이이정은 화가도 대범한 붓질이 드러나는 스케치를 보여줬다. 그는 “갈매기 소리가 들리는, 갈매기의 자유가 느껴지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독도 탐방에 앞서, 전날인 21일 울릉도에 도착한 일행은 숙소에서 이 이사장의 강의로 독도의 역사적 의미와 오늘을 탐구했다. 울릉도에서만 보이는 속도(屬島)로 늘 우리 역사와 함께였던 독도의 어제와, 잊을 만하면 국내 정치용으로 독도 이슈를 꺼내드는 이웃 나라의 속내가 질문과 토론으로 이어졌다. 이 이사장은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한 독도는 우리의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다만 이 독도와 동해에 대해 더 많은 시와 노래, 그림이 나오고, 그 예술작품들을 더 많은 사람이 감상할수록 독도는 더 논할 필요도 없는 우리의 것으로 세계인의 가슴에 새겨질 것입니다.”

라메르에릴은 2012년 ‘독도사랑문화예술인회’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뒤 해마다 두 차례 이상 독도와 동해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콘서트를 열고 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2014년에는 세계인이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라메르에릴로 이름을 바꿨다. 2016년부터는 홍콩과 싱가포르 호주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체코 중국 등 해외에서도 연주회와 전시회를 열면서 ‘한국의 섬 독도’가 가진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이번 탐방에 참가한 디즈니 시인은 부인이 울릉도 출신의 한국인이라 오래전부터 울릉도와 독도에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독도뿐 아니라 울릉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내 시는 도형적인 면이 강한데 독도에서 여러 편의 ‘시 그림’을 스케치해 뒀다”고 말했다. 그가 완성할 시는 최한별 작곡가(2017년 바젤 국제콩쿠르 3위 입상)가 노래로 작곡해 라메르에릴 콘서트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라메르에릴은 광복절인 8월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제14회 정기연주회 겸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음악회를 연다. 연극배우 원영애(극단 독립극장 대표)의 음악극 형식으로 진행하며, 이정면 곡 ‘해금과 현악4중주를 위한 목포의 눈물’과 임준희 곡, 최정례 시 ‘소프라노, 해금, 대금과 현악3중주를 위한 독도환상곡’을 초연한다. 이번 독도 탐방의 결실로 얻을 작품들은 이후의 콘서트와 전시회로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미국 뉴욕,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에서 순회공연도 계획돼 있다.

독도·울릉도=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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