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 대기 중 사망자 하루 5.2명…“심정지 후 장기기증 도입 필요”

뉴시스

입력 2019-06-26 14:51:00 수정 2019-06-26 14: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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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장기기증자·장기기증 희망자 감소세 '뚜렷'
이식대기자는 2년새 24%↑…지난해 3만명 넘어
"불가역적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 도입 논의해야"



교통사고나 뇌혈관 질환 사망자 감소 등으로 뇌사 장기기증자가 최근 2년간 줄면서 매일 5.2명이 이식을 기다리다가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증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이식대기자들과 제때 생명을 나누려면 뇌사자뿐만 아니라 심정지가 발생해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환자들의 장기기증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2000년 장기등 이식에 관련 법률 제정 이후 2016년 573명까지 증가했던 뇌사 장기기증자는 2017년과 지난해 515명, 449명 등으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기증희망 서약자 수도 2010년 20만1358명에서 지난해 10만8016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반대로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대기자 수는 2016년 2만4611명에서 2017년 2만7701명, 지난해 3만544명 등으로 2년 만에 24.1%(5933명) 늘어났다.

이처럼 기증 속도보다 이식대기자가 늘면서 이식대기 중 숨지는 사람은 지난해 1909명으로 하루 5.2명이나 됐다. 2011년 처음 1000명을 넘어선 이식대기 중 사망자 수는 2016년 1321명(하루 3.6명), 2017년 1610명(하루 4.4명)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의학기술 발전과 치료제 개발 등 사회적인 여건 변화로 뇌사자 수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의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수를 보면 지난 10년간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35.6% 줄었으며 인구 10만명당 뇌혈관 질환 사망자수도 2005년 64.1명에서 2015년 48.0명으로 감소했다.

장기기증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생명나눔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뇌사 추정자는 가족들의 기증 동의가 필요한데 2016년 이후 동의율은 매년 전년보다 8%씩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선 우리나라도 스페인 등 해외처럼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으로 장기기증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게 장기기증조직원의 생각이다.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이란 심장사로 혈액순환이 멈춘 환자로부터 장기를 기증받는 것을 말한다.

사망 판정 후 장기를 기증할 수 있는 경우로는 ‘병원 도착 시 이미 사망 상태’,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지만 회복 안 됨’, ‘생명 유지장치 제거시 심정지가 예측됨’, ‘뇌사자에서 심정지 발생’ 등 4단계로 분류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주로 네번째 범주에만 장기기증이 이뤄진다. 현재 한국에선 신경학적 범주에 따라 불가역적인 뇌기능 상실이 판정될 때만 사망선언 후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

해외에선 10년 전부터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을 보편화해 장기기증 통로로 자리 잡은 상태다.

1~2단계 응급실에서도 장기기증이 이뤄지는 스페인은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 비율이 2013년 9.6%에서 2017년 26%까지 높아졌다. 네덜란드, 영국 등 유럽은 전체 장기기증 중 40~50%를 차지한다. 미국은 세번째 범주인 ‘생명 유지장치 제거시 심정지가 예측됨’ 상태에서 연명의료중단 결정으로 사망이 선언되면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전에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회복이 안 될 때 자동으로 장기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 아웃(opt-out)’ 제도를 시행 중이다.

조원현 장기조직기증원장은 “뇌사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뇌사장기기증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한 정의부터 재정립하여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법안 마련으로 심장사로 돌아가시는 분들이 숭고한 나눔을 할 수 있도록 DCD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조직원은 28일 서울대학교병원 의학혁신센터에서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을 주제로 미국과 일본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포럼을 개최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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