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의사, 두려워 말고 적극 활용하라”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 대표

입력 2019-06-26 03:00 수정 2019-06-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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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한 설문조사에서 의사의 18%가 인공지능(AI )확산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미래의 변화에 대한 무지와 두려움, 정부의 부족한 준비와 대응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공지능이 빅데이터, 로봇 등과 결합하면 효율적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국가는 경쟁력이 생기고 국민에게 복리(福利), 민복(民福)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사결과가 나온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실제로 자동화, 사물인터넷(IoT) 기술, 공유경제 모델, 온라인 유통 확대 등 혁신적인 기술과 사업모델이 생겨나면서 기존의 사업체들이 어려워지고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상황이 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진단, 처치, 주사, 투약, 수술의 행위가 인공지능 의사에 의해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공지능에 자리를 내줄 것을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인간 의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정확하고 더 빠른 시간 안에 더 저렴하게 의료행위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CT,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의 영상의학 기술이 발달하고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됐다고 의사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영상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의사는 오히려 능력을 고도화시킬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새로운 물결에 대한 두려움과 저항으로 기술의 수용을 저지한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날 것인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인공지능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이 확산되면 의료현장에서 의사를 포함한 의료 인력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을 걱정하기보단 변화에 대처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의사 직종이 수입이 많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사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의사 개인적으로는 엄청나게 혹사당하고 있다. 주 52시간을 말하지만 수련의들의 근무시간을 주 80시간으로 제한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응급실과 응급센타, 중증외상센터 등 열악한 환경도 최근에 이슈가 돼 알려지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받아들여서 의료체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의료도 경쟁력이 생기고 환자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료인도 혹사당하는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대목동 소아과 사건에서 보았듯이 제도, 관행, 시스템 등 사고가 날 수 있는 여건을 놔둔 채 의사만 처벌하는 것으로는 개선될 수 없다.

대표적인 미래학자이며 하와이대학 미래학 센터장인 짐 데이토 교수는 10년 전 필자와 공동 연사로 나서 미래의 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 를 나눈 적이 있다. 정보화시대 이후에는 ‘꿈의 사회’가 올 것이며 인간은 스마트워크가 아니라 오히려 일을 거의 안 하며 살게 될 것이라고 해 놀란 적이 있다. 최근에는 한 국책 연구기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술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대비한 새로운 ‘거버넌스(New Governance Design)’를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오면 일자리를 뺏기는 것이 아니라 일을 거의 안 하고도 살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민간이 능력을 발휘해 자율적으로 투자하고 개발하고 시장을 바꿔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는 데이토 교수가 말하듯 미래에 맞는 교육, 인력체계, 정부의 역할 등을 재설계하고 새로운 룰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투자를 해 훌륭한 기술과 사업모델을 만들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현장의 저항만 커질 것이다. 앞으로 달리지 못하는 대한민국이 되지 말아야 한다.

김홍진 워크이노베이션 대표(전 KT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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