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구찌’처럼…패션업계, 화장품으로 영역 확장 봇물

뉴스1

입력 2019-06-24 15:12 수정 2019-06-2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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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먹거리 1순위 ‘뷰티’…‘패션·뷰티’ 종합브랜드 변신
신세계인터 성공에 자극…불황 ‘탈출구’될까 주목


국내 패션업체들이 ‘K뷰티’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이어 LF는 이미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고 한섬도 화장품 출시를 저울질하고 있다. 패션시장 불황이 계속되면서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K뷰티’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화장품에서 짭짤한 성적을 거두자 다른 회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이는 해외 패션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올 들어 명품 브랜드 구찌는 화장품 사업 ‘구찌 뷰티’를 5년 만에 다시 시작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보장하는 대표 아이템인 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을 앞세웠다. 구찌 뿐 아니라 샤넬, 디올, 지방시, 버버리 등 다수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은 화장품을 출시해 패션·뷰티를 모두 아우르는 종합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화장품은 진입 장벽이 낮고, 패션과 주 소비자층이 겹쳐 진출이 용이하다. 하지만 이미 경쟁이 치열해 패션기업이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성장 멈춘 패션-쑥쑥 크는 화장품…‘패션+뷰티’ 시너지 노려

국내 패션시장은 수년 간 성장이 사실상 멈춰있다. 반면 화장품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4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2015터 지난해까지 큰 변화없이 41조~43조원 규모에 머물러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시장 규모가 소폭 쪼그라들었다.

이와 달리 화장품 시장의 성장세는 매섭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생산액은 2014년 8조원대에서 2016년 13조원대로 성장했다. 2017년에 13조5155억원을 기록했다. 화장품 시장은 워낙 진입장벽이 낮다. 제품 개발부터 생산까지 제조업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를 통할 수 있어서다. 화장품에 대한 자체 기술이나 경험이 없어도 한국콜마, 코스맥스 같은 ODM·OEM 업체에 의뢰만 하면 쉽게 화장품을 출시할 수 있다.

불황에 빠진 패션기업들에게 진입장벽도 낮고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화장품은 매력적인 사업 다각화 업종일 수밖에 없다. 패션과 뷰티는 크게 봐서 유사한 산업군이라 소비자층도 겹친다. 패션이라는 본업에서 완전히 이탈하지는 않으면서도 새로운 돌파구로 삼기 좋은 셈이다.

대표 성공 사례가 바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를 60억원에 인수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디비치는 인수 초기에는 적자를 냈으나, 2017년부터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반응이 오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 매년 호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555억원)은 전년보다 118%나 늘었고, 영업이익 중 화장품 비중이 79%에 달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 성공에 힘입어 지난해 한방 화장품 브랜드 ‘연작’까지 선보였다. 2016년에는 이탈리아 화장품 제조사 인터코스와 합작한 화장품 제조사업 법인 ‘신세계인터코스코리아’도 설립했다. 유안타증권은 2017년 628억원이었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뷰티 부문 매출이 올해 3981억원으로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LF는 지난해 패션 브랜드 헤지스에서 남성 화장품 ‘헤지스 맨 룰 429’를 출시했고, 현재 여성 화장품도 준비하고 있다. LF는 ‘불리1803’, ‘보타니쿠스’, ‘그린랜드’ 등 해외 뷰티 브랜드를 수입·유통한 경험은 있지만 자체적으로 선보인 뷰티 브랜드는 헤지스 남성 화장품이 처음이다. 2017년부터 코스메틱 사업부를 꾸려 론칭한 헤지스 남성 화장품은 아직 출시 만 1년이 안됐는데 올리브영에 입점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올해 안에 여성 화장품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의 화장품 진출도 시간문제라고 업계는 예상한다. 한섬은 올해 초 사업목적에 ‘화장품 제조 및 도·소매업’을 추가해 앞으로 사업 진출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섬 관계자는 “주총 때 정관에 사업목적만 추가했을 뿐 현재 화장품 사업과 관련한 진행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K뷰티 열풍+밀레니얼 잡아라”…경쟁 어느 분야보다 치열, 차별화 ‘숙제’

패션기업들이 화장품에 진출하면서 우선적으로 노리는 소비자층은 중국인과 국내 젊은 세대다. K뷰티 열풍을 선도하는 중국 소비자들이 국내 화장품 시장을 키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는 중국 소비자들이 많은 면세점 채널에서 ‘대박’을 터뜨리며 성공가도에 올랐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패션기업 ‘스타일난다’가 화장품 사업에서까지 성공한 뒤 지난해 글로벌 화장품 기업 로레알에 인수된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는 소비 시장을 이끄는 밀레니얼 세대를 잡아야 한다. 브랜드 의류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보니 유독 ‘유니클로 등 스파 브랜드 아니면 명품’이라는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패션에서는 저가 브랜드나 온라인 브랜드가 약진하면서, 기존 패션기업들의 입지가 애매해지고 있다.

반면 화장품은 옷보다 단가가 낮아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생)는 물론 더 어린 Z세대(1995년 이후 태생)까지 노릴 수 있다. 샤넬, 디올, 구찌 등 해외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뷰티 사업을 확장하는 까닭도 밀레니얼, Z세대를 잡기 위해서다.

이미 화장품 시장도 출혈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라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신규 사업자가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다. 반면 시장에 안착해 성공하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이나 스토리가 없으면 선택하지 않는다”며 “패션기업이 화장품을 하면서 차별화 포인트가 없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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