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없는 근린공원 땅 매입… 서울시 보상가격 잇단 잡음

김예윤 기자

입력 2019-06-17 03:00 수정 2019-06-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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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의 한 근린공원 예정 부지 내 임야를 20년 넘게 소유하고 있던 A 씨는 2014년 이 땅을 B 씨에게 팔았다. 땅을 판 지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B 씨는 서울시로부터 매입 가격의 2배가 넘는 돈을 보상받고, 소유권을 넘겼다. A 씨는 “하도 오랫동안 소식이 없어 시의 보상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헐값에 팔았다”며 억울해했다. A 씨는 “수용 정보를 사전에 얻었거나 보상 대상에 들어가도록 사후 로비 했을 수 있다”며 감사원에 제보했다고 한다.


○ 싸게 매입한 뒤 시로부터 거액 보상금

16일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2월 강동구의 근린공원 부지의 임야 총 3647㎡(3개 필지)가 8억7500만 원에 거래됐다. ㎡당 약 23만9900원에 팔린 것이다. 이듬해 서울시는 강동구의 근린공원 부지 내 총 7019㎡(3개 필지)의 임야를 41억1400만 원에 매입했다. ㎡당 58만6100원꼴로 보상한 것으로, 1년 전 거래가보다 약 2.4배 오른 것이다.

부동산중개사 C 씨는 “개발제한에 묶여 수십 년간 거의 거래가 없던 곳이라 서울시의 보상이나 수용 계획 등을 모르면 살 이유가 없다. 원소유주 입장에선 억울하고 수상한 거래”라고 말했다.

강동구 관계자는 “서울시와 시의회가 우선 보상 대상 토지를 정한다. 구청에서는 시에서 내려온 대로 예산을 집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송재형 전 시의원은 “당시 강동구청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토지 보상 예산을 확보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지역구 주민의 이익을 위해 예산을 확보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제 지역구는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매매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감사원 결과에 따라 위법행위가 있을 경우 책임을 지거나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커지는 ‘도시공원 일몰제’ 보상 잡음

공원 부지로 묶여 있던 사유지가 20년간 개발되지 않으면 개발제한이 해제되는 이른바 ‘도시공원 일몰제’의 내년 7월 첫 적용을 앞두고 토지 보상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1999년 헌법재판소는 “지자체가 장기간 공원을 짓지 않고 사유지의 경제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땅 소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 취지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헌재 결정에 맞게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2000년 7월부터 공원으로 지정된 후 20년 동안 해당 부지에 공원이 설치되지 않으면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이에 따라 내년 7월 서울의 도시공원 116개(95.6㎢)의 개발제한이 풀린다. 시 전체 도시공원 면적의 83%다.

정부와 지자체는 관련 부지를 녹지로 유지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해 해당 토지를 실거래가로 매입하는 보상을 서두르고 있다. 서울시는 2002∼2017년 16년 동안 연평균 1157억 원이었던 보상 예산을 올 한 해에만 약 9600억 원으로 크게 늘렸다. 각 지자체가 공원 부지 지키기에 나서면서 보상액이 치솟고 있다. 올 2월 용산구는 이촌파출소 근처의 공원 부지를 2007년 매수자가 사들인 가격(42억 원)의 5배가 넘는 규모(237억 원)에 매입할 계획을 밝혀 화제가 됐다.


○ “투기세력 결탁 여부” 감사원 감사

감사원은 지난해부터 투기 세력의 결탁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강동구 외에도 동작구, 동대문구 등이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다.

기존에는 공원 부지의 토지 보상이 각 자치구에서 시에 보상 토지 대상 목록을 올리면 시에서 이를 검토한 후 시의회 심의를 거쳐 예산을 편성하는 식으로 이뤄져 왔다.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올 3월부터는 외부 전문가 등이 포함된 보상심의위원회가 보상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상 대상 토지를 정할 때 이전의 거래까지 고려하진 않는다”면서 “예산 편성 때 시의회 심의를 거치며 의원들이 요구하는 지역구 예산을 일부 추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정 과정이자 일종의 정치 행위로 불법적인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 서울시의회 ‘장기미집행 도시공원특별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제리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리 보상을 했어야 하는데 닥쳐서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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