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의 혁명’ A형→O형 변환기술 개발…응급 시 ‘범용혈액’ 기대

뉴스1

입력 2019-06-14 11:14:00 수정 2019-06-14 11: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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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술보다 간단해 실용화 가능성 높아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 등 우려…추가적인 연구 필요해


혈액난 해소를 위한 헌혈 캠페인에 동참해 헌혈을 하고 있다. 2016.2.15/뉴스1 © News1

장내 효소를 이용해 A형 혈액을 수혈이 가능한 O형 혈액으로 변환하는 기술이 발표됐다. 이번에 발표된 기술은 이전보다 비교적 간단해 혈액 공급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적혈구 표면에 있는 특이한 당 분자에 의해 정의된 A, B, AB 또는 O의 네 가지 혈액형 중 하나를 가지고 있다. 만약 A형인 사람이 B형 혈액을 받거나 그 반대의 경우 혈액항원이라고 불리는 이 분자들은 면역체계가 적혈구에 치명적인 공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O형 세포는 이러한 항원이 부족하여 그 혈액형을 아무에게나 수혈할 수 있게 한다. 간호사와 의사들이 사고 희생자의 혈액형을 결정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는 응급실에서는 이 “범용” 혈액이 특히 중요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의 과학저널Science의 온라인판에서는 캐나다의 연구진들이 장내 미생물을 이용해 A형 혈액형에 있는 혈액항체를 제거해 보편적으로 수혈이 가능한 O형 혈액으로 변환시켰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응급시 또는 수술시 환자들은 수혈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혈받는 환자들은 아무 피나 함부로 받을 수는 없다. 수혈이 성공하려면 환자와 기증자의 혈액형이 서로 맞아야 한다. 연구자들은 사람의 내장에서 체취한 미생물을 통해 A형 혈액을 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O형으로 변환 할 수 있는 2가지 효소를 생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혈액 전문가들은 이것이 실용화될 경우 헌혈과 수혈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제안한다.

4년간의 연구 끝에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UBC)의 화학 생물학자인 스티븐 위더스(Stephen Withers)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인간의 내장 박테리아 중에서 더 나은 효소를 찾았다. 이 미생물들 중 일부는 내벽에 붙어서 뮤신(mucins)이라고 불리는 당단백질 결합물을 “먹는다”고 한다. 뮤신은 점액의 당은 적혈구의 유형을 정의하는 당과 유사한 점액질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편적인 혈액의 공급을 늘리기 위해 과학자들은 혈액의 A형을 결정하는 항체인“A-defining”을 제거함으로써 두 번째로 흔한 혈액형인 A형을 변형시키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완벽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문제가 되는 적혈구의 당을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효소가 효율적이지 않거나 적혈구가 파괴돼 용혈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실용화가 어려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5년 연세대학교 의료진에 의해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기술로 혈액을 바꿀 수 있는 원천기술이 개발됐으나 아직까지 실용화 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UBC의 연구진은 인간의 대변 샘플을 채취해 DNA를 분리했는데, 이 뮤신을 분해하는 박테리아 효소를 복제할 수 있는 유전자를 포함하는 DNA를 분리했다. 이 DNA를 자르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실험실 박테리아인 대장균(Escherichia coli)에 주입해, 연구원들은 그 미생물들 중 어떤 미생물들이 이후에 A-defining을 제거하는 능력을 가진 단백질을 생성했는지 여부를 관찰했다.

효소들은 플라보니프랙터 플라우티(Flavonifractor plautii)라고 불리는 내장의 미생물에서 유래했다. 이 효소들을 A형 혈액에 미량을 더해 문제가 되는 당을 제거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보고했다.

뉴욕혈액센터의 적혈구 생리학자 모한다스 나라(Mohandas Narla)는 “이 연구결과는 실용성의 측면에서 매우 유망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A형 혈액이 전체 혈액공급의 3분의 1 미만을 차지하는데, 이는 0형에만 의존하고 있는 ‘범용’ 혈액이 현재보다 거의 두 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위더스 교수는 이 미생물 효소가 적혈구에서 의도치 않은 어떤 변형을 일으킬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단 연구진은 B형 혈액보다 일반적이기 때문에 A형 변환에만 주력하고 있다. 위더스 교수는 또한 “혈액 공급을 확대해 이러한 부족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 전역의 병원들은 응급 수술, 일상적인 수술의 수혈 등을 위해 약 1만6500리터의 헌혈된 피를 소모한다. 우리나라 중소 병원들의 혈액 재고량은 3.5일에 불과한 실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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