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위험 괴비행체 잡아라” 5G 가드 드론, 3분만에 포위

부산=신동진 기자

입력 2019-06-14 03:00 수정 2019-06-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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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대학-軍-업체와 안티 드론 시스템 첫 시연

“뿌우∼뿌우∼뿌우∼.”

12일 부산 사상구 신라대 드론 관제센터에 항공기 충돌 위험을 알리는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비행 금지 구역인 김해공항 인근 공원에서 정체불명의 드론이 레이더에 포착된 것. 드론의 주파수 신호를 감지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0초였다. 해당 좌표를 전달받은 ‘5세대(5G) 가드 드론’ 2대가 긴급 출동했다. 시속 50km 속도로 날아가 2km 떨어진 불법 드론 현장까지 3분 만에 도착했다.

12일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열린 SK텔레콤의 ‘안티 드론 시스템’ 시연 행사에서 육군 53사단 5분 대기조 장병들이 불법 드론을 재밍건으로 제압하면서 조종자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타깃을 포위한 가드 드론 2대는 불법 드론의 동태를 찍은 초고화질 영상을 5G망으로 관제센터와 육군 상황실에 실시간 생중계했다. 10배 확대해도 화면이 깨지지 않는 4K 영상으로 드론에 탑재된 위험물을 발견한 군은 바로 5분대기조와 폭발물 제거팀을 보냈다. 불법 드론이 미확인 붉은 연기를 뿜기 시작했을 때 현장에 도착한 군 병력은 근처에 있던 드론 조종자를 체포하는 동시에 재밍건(Jamming Gun)으로 드론을 강제 착륙시켰다. 재밍건은 조종사와 드론 사이 전파를 교란해 드론을 제자리에 정지시키고 제압하는 장비다.

이 상황은 SK텔레콤이 신라대, 육군 53사단, 한빛드론 등과 함께 국내 최초로 구축한 실시간 안티 드론 시스템을 시연한 것이었다. 최근 항공기 안전 등 공공안보를 위협하는 골칫거리로 부상한 불법 드론을 탐지, 추적, 무력화하는 전 과정이 10분도 안 돼 마무리됐다. 드론은 최근 영국 히스로, 개트윅 공항을 잇달아 마비시킨 활주로 무단 비행이나 지난해 베네수엘라 대통령 암살 시도까지 테러에 악용될 위험이 늘고 있다. 불법 비행을 차단하는 공중방어 기술이 시급하지만 해외 일부 국가에선 갓 도입 단계, 한국에선 아직까지 육안으로 감시하고 안내방송을 통해 경고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드론통합관제실에서는 5세대(5G) 가드드론이 불법 드론과 조종자 위치를 탐지해 보내온 초고화질의 영상을 유관 기관에 전송한다. SK텔레콤 제공
드론은 크기가 작아 격추하기 쉽지 않고 추락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 때문에 업계에선 무선 송수신을 방해해 조종을 제한하는 재밍을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밍으로 제압을 하려면 우선 불법 드론의 정확한 좌표와 드론 조종자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SK텔레콤은 불법 드론을 제압하는 재밍 전까지 5G 가드 드론을 통해 불법 비행 상황과 현장 인근 용의자 동태를 파악하도록 중계함으로써 안티드론 솔루션에 ‘매의 눈’을 달았다. 당초 5G 영상 솔루션으로 제작한 ‘T라이브 캐스터’를 드론에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노리고 있다. 정부가 5G 전략 과제로 지목한 고화질·대용량·실시간 기반 미래형 5G 드론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선점하고 있는 군수용이나 레저용 드론 시장과 달리 절대 강자가 없는 미개척 시장이다.

최낙훈 SK텔레콤 상무(5GX IoT·데이터 그룹장)는 “5G 가드 드론을 통해 풍력발전소 터빈을 점검하거나 환경 유해 물질 발생을 감시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 양자암호 기술 등을 접목해 드론의 통신 보안 수준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법 드론으로 인한 항공기 운항 중단 등 피해가 늘자 안티드론 시스템을 도입하는 시설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안티드론 시장은 지난해 4억9900만 달러(약 5900억 원)에서 2024년에는 22억7600만 달러(약 2조69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는 올해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가 각각 22억 원, 3억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다.

부산=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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