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고흐의 방에 그의 작품 한 점을

김민 기자

입력 2019-06-10 03:00 수정 2019-06-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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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얀센 반고흐재단 대표, 프로젝트 후원자 모집 위해 방한

빈센트 반 고흐가 사망 전 70일간 머문 프랑스 오베르 쉬르우아즈의 라부 여인숙. 반고흐재단 제공
“언젠가 카페에서 나만의 전시를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세상을 떠난 1890년 형 테오에게 보낸 편지엔 이런 문구가 있다. 생전 전시는커녕 그림 팔기도 어려웠던 고흐의 못 다한 꿈을 이루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도미니크 얀센 반고흐재단 대표(71·사진)가 7일 한국을 찾았다. 반고흐재단은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고흐가 머물렀던 라부 여인숙을 관리하는 비영리재단이다.

얀센 대표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식품기업에서 이사로 재직했던 경제인이다. 그러다 1985년 라부 여인숙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회복을 하며 고흐의 편지를 읽고 감동 받은 얀센은 바로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라부 여인숙을 인수해 고흐의 마지막 흔적을 복원했다. 네덜란드 안네 프랑크의 텅 빈 집에서 받은 감동을 떠올리며, 고흐가 머물렀던 방도 관객이 상상하도록 비워 뒀다. 이 빈 공간에 고흐의 오베르쉬르우아즈 시절 그림 한 점을 걸어 놓자는 것이 ‘반 고흐의 꿈’ 프로젝트다.

얀센 대표는 “2007년 고흐가 오베르쉬르우아즈 시절 그린 밀밭 작품이 경매에 올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의 보증을 받고 모금을 통해 매입하기로 했지만, 이듬해 금융 위기로 원 소유자가 급히 처분해 구입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여러 기업, 특히 중국에서 대규모 후원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월트 디즈니처럼 고흐를 상품화하는 전략에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한국 기업 중에서도 고흐의 예술을 존중하는 곳이 있다면 함께 일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프로젝트는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부자에게는 디지털 인증서, 고흐의 방 디지털 열쇠 등을 제공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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