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5만명 찾는 산책로 인근에 지뢰밭이?…안내문만 ‘달랑’

뉴스1

입력 2019-06-07 10:42 수정 2019-06-0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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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지뢰 유실 우려…군부대 이전 요구도

“시민들이 이용하는 산책로 바로 옆에 지뢰가 있다니…”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산(해발 164m) 정상에 주둔한 공군 미사일 기지 주변에 지뢰지대가 있지만 군부대의 허술한 관리로 장릉산 주변을 산책하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안전이 위협되고 있다.

장릉산에 정상에 위치한 공군 미사일 기지 반경 1㎞내에는 김포시 사우동, 풍무동, 김포1동(북변·감정동)주민 약 13만3000명이 거주하고 있고, 많은 시민들이 장릉산 산책로를 이용하고 있다. 해당 기지는 지난 1956년에 설치됐다.

장릉산에는 조선 제16대 인조의 생부인 원종대왕과 그의 비인 구씨 능인 ‘장릉’(사적 제202호)과 회주산책로(6.8㎞)가 조성됐는데 매년 평균 15만명이 장릉과 산책로를 방문한다.

4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장릉산 현장을 찾아갔다.

평일이었지만 미세먼지가 없고 맑은 날씨가 지속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장릉산 주변 산책로를 걷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하지만 장릉산 산책로에선 접경지에서만 볼 수 있는 지뢰지대 경고 입간판을 수월찮게 볼 수 있다. 공군 미사일 기지 방호를 위해 지뢰가 매설됐기 때문이다.

공군 부대는 지뢰지대 위험을 표시하는 입간판을 산책로 20여곳에 설치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접근을 막는 철조망이나 울타리 등 안전장치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산책로를 따라 가다 보면 지뢰지대 안을 드나든 흔적이 곳곳에 발견됐고, 지뢰지대 일부에선 텃밭이 발견되기도 했다.

해당지역은 1984년 미사일 기지 주변 지뢰폭발로 산사태가 발생해 14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 산사태로 지뢰가 일부 유실돼 안전사고가 농후한 곳이기도 하다. 또 장릉산 주변에는 고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이 있어 지뢰사고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공군 관계자는 “입간판이 설치된 곳으로 부터 최대 100미터 떨어진 곳에 지뢰가 있다”며 “입간판은 시민들의 지뢰지대 출입을 막아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뉴스1 취재진이 공군 관계자에게 산책로 주변에 지뢰가 얼마나 매설됐는지를 물었으나, 군사보안의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또 지뢰 제거 작업에 여부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공군 미사일 기지 주변에는 급경사지 붕괴 위험이 있고, 장마철 지뢰 유실 가능성도 높아 지뢰 폭발로 인한 대형참사가 우려되는 만큼 공군 미사일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 김모씨(49)는 “장릉산 산책로와 주변 민가가 4m 도로 하나 사이를 두고 있어 지뢰가 유실될 경우 대형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군이 지뢰를 제거하고 부대 이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이모씨(53)도 “이곳을 잘 모르는 관광객들은 봄철 나물 등을 채취하기 위해 지뢰가 있는 산에 들어 갈 수 있고, 이곳에 매설된 지뢰도 폭우가 내리면 쉽게 떠내려 갈 수 있어 군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릉산 주변 지뢰지대가 매설된지 오랜 시간이 지나 군부대 및 시민들이 안전에 무뎌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시민 윤모씨(57)는 “공군부대는 미사일 기지가 중요한 만큼 지뢰지대가 군부대 주변에 있으니 시민들이 접근하지 않아 좋을 것이고, 시민들도 지뢰가 설치된지 오래돼 지뢰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오는 7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접경지역 시장·군수와의 면담이 계획됐다”며 “(군부대 이전 등)해당 문제에 대해 의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시는 김포시 중심부에 위치한 장릉산 군부대 이전을 위해 2010년 경기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군과 협의에 나섰지만,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북관계 악화 등의 이유로 군이 이전 불가를 통보하면서 기지 이전 협의는 중단됐었다.

(김포=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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