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회장 임기 4년인데…부정선거 혐의 3년째 재판중

뉴시스

입력 2019-06-05 13:37 수정 2019-06-0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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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당선무효형 선고 뒤 2년째 항소심
매월 한 번 열리는 공판…마무리 수순



지난 2016년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병원(66)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에 대한 재판이 길어지면서 형 확정 전에 임기 4년을 채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오는 13일 오후 3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 등 12명에 대한 13차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이 사건은 조만간 변론을 마무리하고 7월께 결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법원 상고 등이 이뤄질 경우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은 형이 확정되기 전에 임기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김 회장 측은 지난 2017년말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직후 쌍방 항소했다. 이후 지난해 3월22일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이 열린 뒤 매월 한 차례 정도 간격으로 재판이 진행됐다. 공동피고인이 많아 진행이 더디기도 했고, 불구속 상태이기 때문에 재판부로서는 구속기간 만료 부담이 없는 사건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제정된 위탁선거법 70조는 당선인이 이 법률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협·수협·중소기업중앙회·새마을금고와 같은 공공단체 등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관리를 맡긴 선거가 적용 대상이다.

김 회장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김 회장이 이 사건 정점에 있고, 각 범행 중 김 회장 당선에 모두 관여한 건 불리한 요소”라면서도 “당시 위반 여부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는 등 나름의 회피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이고, 규정을 어겼지만 금품 살포행위 등으로 나가지 않은 점은 다소 유리한 양형 요소”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위탁선거법 적용 후 치뤄지는 첫 선거라서 기존 관행대로 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법해석의 충분한 예가 없어 어떻게 선거를 치뤄야 할지 기준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실제로 김 회장은 1심에서 후보자 외에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게 한 위탁선거법 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기도 했다. “선거운동 주체를 후보자로 한정하고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자원봉사자의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김 회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면서 이 신청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을 받는 동안 위탁선거법이 일부 개정된 점은 김 회장 측에 유리한 요소다. 지난 2017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권선택 대전시장 사건에서 선거법이 금지하는 선거운동의 범위는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고 보고, 유사기관 설립에 의한 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판단한 점도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한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과 함께 ‘누가 결선에 오르든 서로 밀어주자’고 공모하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김 회장이 1차 투표에서 2위를 얻자 최 전 조합장은 결선 투표 당일인 지난해 1월12일 대포폰을 이용해 ‘김병원을 찍어 달라. 최덕규 올림’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대의원 107명에게 보냈다. 이들은 투표장을 돌며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회장은 또 측근 인맥을 동원해 선거가 시작되기 전인 2015년 5∼12월 대의원 105명을 접촉하며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도 있다.

김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취임했고, 오는 2020년 3월에 임기 4년이 만료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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