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질병” 과학적 근거 진원지는 한국 정부?…250억원 들여 ‘중독연구’

뉴스1

입력 2019-06-05 07:25:00 수정 2019-06-05 07: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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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처, 2015년부터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 시작
연구 목적부터 성과까지 ‘게임=질병, 치료해야할 대상’으로 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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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2014년부터 혈세 250억원을 투입해 ‘게임=질병’이라는 등식을 입증할 연구개발(R&D)을 진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록한 과학적 근거의 ‘진원지’가 한국 정부였던 셈이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는 252억9500만원을 투입해 지난 2014년 10월부터 범부처 R&D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 9월에 종료되는 이 사업은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중 ‘실용화연계’ 사업의 일환이다.

부처별 지원규모는 과기통부 172억원, 문체부 34억원, 복지부 29억8000만원, 산업부 15억8500만원, 여가부 1억3000만원 수준으로 대규모 과제에 속한다.

이 사업의 최종 목표는 ‘인터넷·게임 중독에 관한 과학적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예방·진단·치료 체계 구축’이다. 세부 과제도 이미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인식 하에 원인을 규명하고 모니터링한 후 치료법을 개발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구체적인 세부 과제명은 Δ인터넷·게임 중독의 뇌과학적 원인규명을 통한 스마트 헬스케어시스템 개발 Δ인터넷·게임 중독 치료를 위한 MRI 기반 영상 유도 뇌자극 조절시스템 개발 및 검증 Δ인터넷·게임 중독 모니터링을 위한 웨어러블 시스템 개발 및 생체신호 지표 발굴 Δ가상현실기반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 개발 등이다.

과제명에 이미 ‘게임중독’을 명시하고 있어 ‘게임은 중독’을 전제한 연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게임중독의 정의와 원인, 진단기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WHO가 섣불리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한데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인데 정작 이같은 논란에 불을 붙인 것이 한국 정부였다는 게 방증된 셈이다.

이번 연구사업의 성과를 살펴보면 이같은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서울시보라매병원 연구진은 이 사업을 통해 게임 중독자와 일반인을 비교해 뇌영상 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해마 크기는 14% 컸으며, 판단력이나 기분 조절과 관련이 깊은 두정엽 크기는 17%커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지난 2017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 게임 중독자는 일반인과 다른 뇌의 형태가 보이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일부 뇌과학자는 뇌의 부피만으로 게임중독을 유발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마 부피는 대개 기억력과 양적인 상관관계가 있어 부피가 클수록 기억력이 좋다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사업으로 마들어진 특허도 이미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초점이 둬져 있다. 이를테면 Δ인터넷·게임 중독 치료를 위한 생체신호 기반 가상현실훈련을 통한 중독치료 시스템 개발(2016년 특허출원) Δ인터넷·게임 중독 치료를 위한 뇌영상 기반 네비게이션이 결합된 뇌자극 시스템 개발(2017년 특허출원) 등이다.

WHO의 결정 뒤에는 한국 정부가 있다는 ‘배후설’도 제기된다. WHO에 질병 등재를 요구하는 한국쪽의 상당한 요청이 있었고 정치적 압력까지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로 2014년 대한중독정신의학회 출신인 당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게임중독법’을 발의했다. 국내 정신의학계가 배후로 지목되는 이유다.

게임중독법은 게임을 마약, 도박, 알코올 등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예방·치료를 위해 게임업계의 매출액 1%를 거둬 중독관리센터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이 시작될때 처음부터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편향된 의도를 가지고 R&D를 진행한 것은 아니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구를 기획하고 진행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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