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주춤하는 사이 中 블록체인 연구 치고 나간다

뉴스1

입력 2019-05-30 06:33 수정 2019-05-3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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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 주도하에 블록체인·암호화폐 연구 활발
中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암호화폐도 고민 중


© News1 DB

정부가 블록체인·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활발한 블록체인·암호화폐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관련 업계는 “한국은 블록체인 산업에 있어 이미 중국 보다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비트코인이 1년 만에 1000만원을 돌파하며 암호화폐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이자, 정부가 갑작스레 시장 동향 점검에 나섰다. 지난 28일 국무조정실은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암호화폐는 법정화폐가 아니며 불법행위와 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가격이 크게 변동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처럼 암호화폐 거래업을 인허가제로 운영하거나 싱가포르처럼 ICO(가상화폐공개)에 대한 법적기준을 마련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오로지 자금세탁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만 신경을 쓰고 암호화폐 산업을 양성화할 의지는 없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국내 블록체인 개발사 관계자는 “이번 국무조정실의 발표는 지난 1월 이후 정부가 암호화폐공개(ICO)에 대해 불법성이 크다는 입장문을 낸 후,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과 관련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과 다름없다”며 “깐깐한 감시를 받더라도 중국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하는 게 낫겠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 ICO와 거래사이트 운영을 차단하며 암호화폐 거래를 무조건 금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블록체인 산업육성은 전폭 지지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지난 2월부터 중국 인터넷규제를 담당하는 사이버관리국(CAC)의 ‘블록체인 정보 서비스 관리규정’을 통과해야 합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 규정을 통과한 업체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는다.

중국은 정부 주도 하에 블록체인 산업 기술 표준화를 구축하고 있는가 하면 블록체인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세제 혜택 지원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CMIIT)는 지난 2016년 중국 최대 자동차부품 그룹인 완샹그룹,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금융사 앤트파이낸셜 등 민간기업과 손잡고 ‘중국 블록체인 기술과 응용발전 백서’를 발간해 블록체인 기술 발전과 표준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지방정부의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구이저우, 저장, 선전, 항저우, 광둥 등 중국 지방정부는 2017년부터 블록체인 발전 정책을 발표하고 지분투자, 보조금 지급, 세제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덕에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블록체인 특허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지난 3월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790건의 특허를 출원해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한국은 161건으로 3위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는 암호화폐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17년 ‘디지털 화폐 연구소’를 설립해 디지털화폐 관련 소프트웨어 시스템, 암호화 기술 및 보안 모델 등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IPR데일리에 따르면 이 연구소는 2018년 국제 블록체인 특허 5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알리바바’다.

인민은행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에도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CBDC는 지폐나 주화같은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화폐를 의미한다.

판이페이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2월 “CBDC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올초 ‘CBDC를 발행할 경우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며 ‘가까운 시일 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필요성이 작다’고 선을 그었다.

또 중국 정부기관 산하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원(CCID)은 지난해 5월부터 2개월 단위로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술평가 리포트’를 발행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암호화폐의 Δ기초기술 Δ응용성 Δ혁신력을 평가해 순위를 발표하는데, 사기업이 아닌 정부기관이 발표하는 리포트인 만큼 암호화폐 시세를 움직일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연구를 적극적으로 이어가며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내 관련 업계는 울상이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기업의 사기를 꺾는 ‘무조건 금지’ 방침에서 벗어나 준수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한다.

특히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암호화폐는 배제하고 블록체인만 육성하겠다’는 입장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개발사를 이끄는 30대 대표는 “결국 자본력 있는 대기업만 블록체인 사업을 하라는 것 아니냐”면서 “청년창업과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현 정부의 기조와도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업계 관계자도 “암호화폐를 아예 없앨 수 있으면 모를까, 이미 있는 걸 없는 걸로 취급한다고 사고가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않고 방치해 온 결과 투기, 사기 행위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잘 막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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