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제야 면사포 씌워줘 미안해”

황태훈 기자

입력 2019-05-29 03:00:00 수정 2019-05-29 09: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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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NGO & NPO]
형편 어려워 결혼 못한 다문화부부… 한화그룹 봉사단 지원에 웨딩마치


24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제이드가든 야외 잔디밭에서 김영남 씨(오른쪽에서 두 번째)와 조선족 주소운 씨(오른쪽)가 10년 만에 늦깎이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이벤트는 한화그룹 계열사 봉사단과 한국메세나협회, 춘천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플로리스트 봉사단체 (사)리플링이 다문화 가정을 위한 특별행사로 개최했다. 한화 제공

김영남 씨(57)의 인생은 고단했다. 아버지가 군에서 탈영해 도피생활을 하면서 가정을 돌보지 않았고, 그 결과 가세가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대학도 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김 씨는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공무원을 희망했지만 시험에 연달아 떨어졌다. 친구의 소개로 신앙생활을 하다가 첫 번째 부인을 만나 2남 1녀를 낳았지만 성격 차이로 결국 갈라섰다. 김 씨는 아들 둘과 먹고살기 위해 우유배달을 시작해 대리점을 열었다. 초기 괜찮았던 장사는 우유파동을 겪으며 문을 닫아야만 했다. 버스 운전사로 취직하기도 했지만 건강 문제로 그만두게 됐다. 현재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굴착기 면허를 따서 일하고 있다.

김 씨는 2008년 1월 지인의 소개로 중국 톈진에서 여동생과 식당을 운영하던 조선족 주소운 씨(50)를 만났다. 서로 호감을 갖고 국제전화를 하며 사랑을 키웠고, 둘은 그해 6월 혼인신고까지 했다. 주 씨는 그해 말 한국에 들어와 한 식구가 됐다.

주 씨는 월세방에 살고 있는 김 씨 가족을 위해 밥도 짓고 집 안 정리를 도맡으며 엄마 역할을 했다. 주 씨에겐 중국에서 결혼해 낳은 아들이 있었다. 김 씨는 이듬해인 2009년 주 씨의 아들도 한국으로 데려왔다.

이후 김 씨와 주 씨는 아들 셋을 키우는 남부럽지 않은 금실 좋은 부부로 지냈다. 하지만 김 씨에겐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일이었다.

김 씨의 한이 마침내 해소됐다. 한화그룹 계열사(한화생명, 한화건설, 한화투자증권, 한화호텔&리조트) 봉사단이 한국메세나협회, 춘천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플로리스트 봉사단체 (사)리플링과 함께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한화그룹 봉사단은 24일 강원 춘천시 남산면 제이드가든 야외 잔디밭에서 김 씨와 주 씨 부부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결혼식’을 마련했다. 이날 결혼 이벤트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다문화가족 중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를 돕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한화봉사단은 춘천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대상자를 의뢰해 김 씨 부부를 선정했다.

이날 행사를 위해 한화봉사단은 제이드가든 중심에 위치한 잔디밭에 신랑신부가 입장하는 버진로드를 작은 꽃다발들로 꾸미고, 신부대기실을 화려한 꽃으로 장식했다. 한국메세나협회는 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축가를 맡았다. 협회 내 아츠프렌즈가 아카펠라 콘서트도 열어주었다.

신부 주 씨는 “내 생애에 잊지 못할 날이 됐다”며 활짝 웃었다. 신랑 김 씨는 “함께 산 지 10년이 넘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는데 늦게나마 이렇게 뜻깊은 결혼식을 하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주례를 맡은 한화생명 김영식 홍보실장은 “한화그룹의 사회공헌 철학인 ‘함께 멀리’ 정신처럼 부부가 앞으로도 함께 손잡고 오래도록 사랑하기를 기원한다. 앞으로도 꽃길만 걸으시길 바란다”고 축사를 했다.

한화봉사단과 리플링은 결혼이벤트 외에도 매월 플라워 박스를 제작해 요양병원 어르신을 방문해 꽃을 전달하는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화봉사단은 앞으로도 그룹 내 다양한 업종의 계열사들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합 봉사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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