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잰걸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시나리오는?

뉴스1

입력 2019-05-26 08:12 수정 2019-05-26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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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부회장 “옵션 검토 중”, 분위기 무르익었다 분석도
모비스 분할 상장 시나리오 등 거론


칼라일 초청 대담에 포함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현대차 제공)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투자자들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 그룹 초청 대담에 참석한 정 부회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여러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염두에 둔 계열사 교통정리가 성과를 거둔 만큼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6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이달 국내 및 유럽, 아시아, 미국 등에서 주요 투자자들과의 소그룹 미팅을 갖는다. 국내, 유럽, 아시아 일정은 끝났고 미국에서의 미팅은 이달 28·29일 예정됐다. 이와 별도로 도이치은행 및 NH투자증권 컨퍼런스에도 참여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달 초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소규모 그룹미팅을 가진데 이어 에든버러, 코펜하겐, 스톡홀름,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기업설명회(IR)을 진행했다.

이달 21일과 23일까지 미국 뉴욕 및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기관 투자자들과 접촉했다. 이들 계열사들은 매주 한번 이상 투자자들과 접촉하며 시장 및 주주소통에 공을 들였다.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에 앞서 시장 지지를 충분히 이끌어내려는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의 칼라일 그룹 초청 대담 참여도 시장 신뢰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이 주요 시장 관계자와 대담 형태의 소통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 내부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할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정 부회장은 칼라일 그룹과의 대담에서 “여러 옵션들을 검토 중”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룹 계열사간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 합병을 결정한데 이어 올해는 오토에버 상장까지 마무리했다.

오토에버는 공모가 대비 30% 이상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과 IT를 결합해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려는 현대차그룹의 결정이 통했다는 의미다. 사업체질 개선 목적의 선행 작업이 성과를 거두면서 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 등 지배구조 개편 핵심 과제를 추진할 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한다면 1차안을 토대로 주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완충장치 마련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지난해 내놨던 1차와 마찬가지로 현대모비스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놓는 안이다. 금융계열사를 산하에 둘 수 없고 자회사간 투자가 제한되는 지주사 체제는 완성차 브랜드가 선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다.

이 때 모비스는 지배회사의 프리미엄을 가지기 때문에 사업부문을 분할해 다른 계열사와 합병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1차안과 기본 골격은 유사하다.

관건은 1차 개편안의 발목을 잡았던 합병비율과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재원 확보다. 엘리엇이 걸고 넘어진 합병비율 논란을 잠재우려면 모비스를 존속법인과 분할법인으로 나누고 이를 각각 유가증권 시장에 재상장해 공정가치를 평가받는 방식이 최선이다.

분할법인을 어떤 계열사와 합치더라도 공정가치를 근거로 합병비율을 정하면 관련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공정가치란 각 법인 상장 후의 주가를 뜻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고 파는 과정에서 정해진 기업의 적정 가치가 주가여서 합병비율에 대한 문제제기를 예방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재원 확보다.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총수 일가가 기아차 보유의 모비스 지분 16.9%를 매입하면 된다. 기아차 보유 지분 매입에만 3조5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재원확보를 고려한다면 모비스 분할법인은 다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게 유리하다.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글로비스의 덩치를 키워 주가를 견인하고 이를 판 대금으로 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면 순환출자는 해소된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분 11.7%를 지닌 현대엔지니어링의 계열사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합병 주체 기업은 그룹 주력 건설기업인 현대건설이다. 모비스 분할법인과의 합병 대상이 바뀔 여지도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 어떤 옵션을 선택할지 확정하지 않았고 현대차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 주가 역시 아직 충분히 견인되지는 않아 지배구조 개편을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와 글로비스 사업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재편방안을 추진하다 주주 반대에 가로막힌 전례가 있어 아직 시장 설득에 더 공을 들여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을 염두에 둔 여러 움직임이 감지되지만 정확한 시기를 가늠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옵션 검토 후 태스크포스팀이 다시 구성되면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이 임박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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