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현성 “초연 보고 피 끓어… 무조건 해야했죠”

김기윤 기자

입력 2019-05-15 03:00 수정 2019-05-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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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로 7년 만에 무대 서는 배우 장현성
사회서 소외된 가족의 가장 역할… 인간 본질에 대한 숙연함 깨달아


장현성은 “‘킬 미 나우’는 한 회 공연이 끝나면 바닥에 쓰러져서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육체적 에너지는 물론이고 감정 소모가 크다”고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배우 장현성(49)이 연극 ‘킬 미 나우’로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돌아왔다. 늘 악역에 익숙한 그는 이번 작품에서 장애 아들을 돌보는 아버지 제이크 역할을 맡았다. 한때 촉망받는 작가였던 제이크는 17세 지체장애 아들 ‘조이’를 돌보려 작가로서의 성공을 포기한 채 인생을 헌신한다. 배우들은 장애, 죽음, 존엄사 등 결코 쉽지 않은, 묵직한 화두를 관객에게 던진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한창 연습 중인 그를 9일 만났다. 오랜만에 공연을 앞둔 그는 잠도 4시간으로 줄이고 살도 6kg이나 빠졌다고 했다. 다소 긴장한 기색을 내비치던 그는 작품 얘기를 시작하자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연극은 다른 매체보다 감정 소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죠. 한 인간의 극단적 감정을 두 시간 안에 꽉꽉 뭉쳐서 진한 밀도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몸은 쉬어도 머리는 항상 작품 생각에 쉴 틈이 없어요. 상대와의 호흡도 맞춰 보려면 잠은 당연히…. 하하.”

바쁜 작품 활동 중에도 그가 연극에 참여한 건 “순전히 개인적 욕심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 좋은 연극을 접하면 혼자 ‘리스트’로 만들어 적어 둔다. ‘킬 미 나우’ 역시 그 리스트에 있던 작품이다.

“2016년 초연을 접하고 피가 끓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공연 후 대본도 보여 달라고 할 정도로 ‘이 작품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놓지 않았죠. 장애, 인간의 존엄성 등 사회적, 개인적 이슈를 던지는 복잡다단한 내용이지만 이를 잘 정돈해 표현하는 게 또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장현성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회에서 소외된 비극적 ‘대안가족’의 가장을 연기한다. 그의 생애나 경험을 통해 감정을 끌어내기 쉽지 않은 어려운 역할이기도 하다. 그는 “살면서 겪지 못한 어마어마한 비극을 연기해야 하는 저 역시 작품을 통해 인간 본질에 대한 숙연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극 중 장애에 대한 대사 때문에 의학적 정보를 찾아보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예대에서 연극을 공부한 그는 작품을 준비하며 대학 때 배운 ‘연극개론’ 책을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이 작품은 대학 때 배운 연극개론에 나온 내용 그대로 감정의 순도가 짙고 카타르시스를 통해 감정을 정화하는 연극의 본질에 충실한 이야기”라며 “배우의 흐름을 차근차근 따라가 카타르시스를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7월 6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4만∼5만5000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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