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남매의 난’ 조짐…중재자 역할 누구 없나

뉴시스

입력 2019-05-09 10:37 수정 2019-05-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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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 이건희·이명희 갈등 과정서 이인희 한솔 고문이 중재
롯데 신동빈·신동주 갈등서 작은 아버지·사촌동생 등장하기도
SK 최태원 회장이 경영 승계 땐 故 최윤원 전 회장이 큰 역할
"한진은 선대에도 형제간 갈등...중재자 역할 맡을 친인척 없어"



한진그룹이 차기 총수 지정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족 간에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가족들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 나가라”는 유언이 전해지고 장례 절차가 마무리 뒤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칼 회장에 취임하면서 경영권 승계는 원만히 진행되는 것으로 보였다.

한진 측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차기 동일인’ 관련 자료 제출이 늦어지면서 조 전 회장의 지분을 비롯한 재산과 경영권을 놓고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삼남매간 갈등을 조율할 중재자의 부재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남매의 난’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항공업계 1위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을 바라보는 재계의 우려다.

형제 등 가족 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갈등 조정 내지 해결의 중재자의 존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삼성가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동생이 갈등을 벌일 때 고 이인희 한솔 고문이 중재를 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전쟁 당시에도 부친 신격호 창업자 동생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이나 사촌 신동우씨가 ‘중재자’를 자처하며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SK그룹 총수에 최태원 회장이 올라설 당시에도 SK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첫째 아들인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역할이 컸다. 최태원 회장의 부친 고 최종현 회장이 1998년 폐질환으로 별세 이후 최윤원 전 회장은 최태원 회장이 SK가(家) 2세 5명 중 제일 뛰어나다며 SK그룹 승계자로 추천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 친지들이 만장일치로 지분 상속을 포기하면서 지분이 최태원 회장에게 대부분 승계됐다.

가족기업이 세대를 뛰어 넘어 장수기업으로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후계자 ‘어머니’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홍보실장이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사회적 자본이 장수기업 승계 프로세스 만족에 미치는 영향’에서 분석에 따르면, 승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후계자 어머니의 역할이 중재자적 입장에서 소통을 원활히 해 승계프로세스 만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재계 관계자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 소지가 있을 경우 어머니나 형제, 사촌 등 친인척이 중재자나 조언자의 역할을 할 경우 비교적 큰 잡음 없이 해결된 경우가 많이 있지만 한진그룹의 경우 이미 선대에 형제간 갈등을 겪은 바 있어 그런 역할을 할 사람이 없어 보인다”면서 “종종 한진 OB모임 등에서 그룹의 방향성에 대한 우려 등을 내놓은 적도 있지만, 내밀한 가족간의 갈등에 있어선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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