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대거 풀어 신도시로… 강남 수요 분산효과는 없을 듯

고양=조윤경 , 박재명 기자

입력 2019-05-08 03:00:00 수정 2019-05-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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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추가 선정]3기 신도시 특징-시장 전망


“어제까지 5, 6건 있었던 토지 매물이 오늘은 싹 다 들어갔네요.”

국토교통부가 새로운 3기 신도시 택지로 경기 고양시 덕양구 창릉동 일대를 지정한 7일 오후. 일대 부동산중개사무소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개발지역 내에 위치한 S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가진 땅이 신도시 수용지역인지 묻는 전화가 오전에만 10통 이상 걸려 왔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이 찾아간 덕양구 창릉동과 용두동 일대는 대부분 채소 등을 기르는 비닐하우스로 뒤덮여 있었다. 드문드문 창고, 축사 등이 있을 뿐 주택은 거의 없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지역 개발예정지 813만 m² 가운데 97.7%가 그린벨트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정모 씨는 “(창릉지구가) 서울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개발되지 않았던 땅이라 지난해까지 투자 문의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 그린벨트 풀어 고양, 부천에 신도시 건설

마지막 3기 신도시 후보지 2곳으로 지정된 경기 고양 창릉지구(공급주택 3만8000채)와 부천 대장지구(2만 채)를 보면 신도시 선정과 관련된 정부의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고양 창릉지구뿐 아니라 부천 대장지구 역시 전체 부지의 99.9%가 그린벨트다. 서울에 인접해 있고 대규모 주택을 지을 만한 부지로, 토지보상이 가능한 정도의 지역이 그린벨트 외에는 이제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다.

고양 창릉지구는 규모나 공급 주택 수 모두 인근에 있는 일산신도시(1574만 m²·6만9000채)의 절반 수준으로 건설된다. 지구 내에 있는 30사단 부지를 서울 성동구 서울숲(115만 m²) 2배 규모의 도시숲으로 조성하는 등 330만 m²의 녹지공간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지원허브’ 등 자족 기능도 갖출 계획이다.

부천 대장지구는 공장 이전 지역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등 도시재생사업과 맞물려 개발한다. 지역 내 하수처리장을 덮고, 그 위에 30만 m² 규모의 멀티 스포츠센터도 만든다. 지난해 발표한 다른 3기 신도시인 인천 계양지구, 서울 마곡지구와 연결해 ‘서부권 기업벨트’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부천 대장지구에서 서울 마곡지구까지는 차량으로 10∼15분 걸린다.

이번 발표에 대해 1기 신도시의 분당, 2기 신도시의 판교, 위례 등처럼 서울 강남권 수요를 분산할 지역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기자회견 때 관련 질문이 나오자 “(기자들이) 강남권 수요를 이야기하는데 강남이 좋습니까”라고 되물은 뒤 “어느 지역이든 주거 만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급하게 추진한 대책, 부작용도 우려

3기 신도시 건설계획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30만 채 건설계획은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당초 정부는 상반기(1∼6월) 중 추가 신도시 대책을 내놓기로 했었다. 6월 말에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시장 예측을 두 달 가까이 앞당긴 셈이다. 최근 일부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다시 소폭 오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주택 공급 기대가 형성되면 부동산 시장의 안정세가 더 확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들이 극비 사항으로 단기간에 추진되면서 각종 부작용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우선 의견수렴이 부족해 3기 신도시 인근 지역, 특히 미분양과 주택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1,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날 대책이 나오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 신도시 고양 지정, 일산신도시에 사망 선고”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일산 주민으로 추정되는 게시자는 “고양시의 추가 신도시 지정은 일산 주민에게는 사실상 사망 선고”라며 “일산을 기업 유치가 가능한 자족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2200명이 넘는 찬성 목소리가 나왔다. 2기 신도시인 파주 운정신도시도 고양 창릉지구 개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천 대장지구에 인접한 인천 검단지구 역시 ‘3기 신도시 반대’ 목소리가 크다. 검단주민총연합회 측은 “검단신도시가 지난해에야 첫 삽을 떴는데 앞으로 미분양의 늪에 빠질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 의지를 시장에 명확하게 전달했다”며 “집을 사지 말고 분양을 기다리는 시장 심리가 더욱 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외곽의 신규 주택공급만으로는 서울 집값을 잡기 어렵다”며 “도심 재개발, 재건축 등도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양=조윤경 yunique@donga.com / 박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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