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수술로봇 ‘레보아이’, 선두주자 ‘다빈치’ 맹추격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19-05-02 03:00 수정 2019-05-0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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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수술용 로봇 체험해보니

수술로봇은 국내에서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수술로봇은 환자의 몸에 2∼4개의 구멍을 뚫어 수술용 카메라와 로봇 팔 등을 몸속에 집어넣은 뒤 외부 조종석에 앉은 의사가 원격으로 조종하는 장비다.

2009년 정부와 삼성전기, 서울대, 연세의료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KAIST, 전자부품연구원 등 국내 기술진들이 참여해 만든 수술로봇 ‘레보아이’는 담낭 절제와 전립샘 절제 등 복강경 수술 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수술로봇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다빈치’는 비뇨기과와 산부인과, 외과, 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과에서 갑상샘암, 자궁경부암, 전립샘암 등의 주요 암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기자는 3월 29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레보아이’ 교육장과 지난달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다빈치’ 교육장을 찾아 국내에 도입된 최신 수술로봇을 직접 체험해봤다.


○ 선두주자 다빈치와 큰 차이 없는 레보아이

레보아이 교육장에는 로봇을 직접 조종하는 조종관(컨트롤 콘솔)과 로봇 팔, 모니터 등이 구비돼 있다. 조종관에 앉아 양쪽 손가락을 조종기에 끼워 움직이니 바로 로봇 팔이 작동했다. 조종기에 엄지와 중지를 끼워 좁히거나 벌리면 로봇 팔의 집게도 똑같이 움직였다. 레보아이는 수술로봇 분야의 후발주자여서 로봇 움직임이 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동아일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가 다빈치SP(위쪽 사진)와 국내 기술로 만든 레보아이 조종관에 앉아 로봇 팔을 작동시키고 있다. 두 수술로봇은 가장 최근에 출시된 것이다. 동영상 캡처
화면도 비교적 잘 보였다. 3차원(3D) 화면 적응이 쉽지 않았지만 이마를 기계에 딱 붙이고 두 눈을 화면에 가까이 대니 금방 입체감이 느껴졌다. 화면이 전반적으로 작다는 느낌이었지만 눈을 붙이고 화면을 당겨 10배 가까이 확대하면 수술에 별 지장이 없어 보였다.

△작은 고리를 잡아서 이동하거나 △핀을 뽑아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인조 피부를 실로 꿰매는 동작을 해봤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동작은 비교적 쉬웠다. 하지만 바늘로 실을 꿰매는 동작은 처음에 실패했다가 두 번째 성공했다. 게임하는 것과 느낌이 비슷해 일반인도 꾸준히 연습하면 금방 익힐 수 있을 듯싶었다.

최근 레보아이로 담낭 제거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기쁨병원 외과 이진우 원장은 “기존 수술로봇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레보아이 임상을 담당했던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 교수는 “레보아이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회복 경과와 만족도, 유효성, 안전성 등을 분석해 보니 다빈치와 비슷했다”며 “레보아이로 모든 복부수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입체감에선 다빈치가 앞서

2005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다빈치는 3월 기준으로 58개 병원에 85대가 설치돼 있다. 국내에서 다빈치 수술 건수만 10만 건이 넘는다. 다빈치는 초창기 모델인 S에서 시작해 SI→XI→X(보급형) 등을 거쳐 지금은 환자 몸에 구멍을 하나만 내는 ‘SP’ 버전까지 나왔다. 기자는 다빈치의 최신 기기인 XI와 SP를 체험했다.

다빈치XI 화면의 입체감은 레보아이보다 확실히 뛰어났다. 10배까지 확대 가능한 고화질 입체화면 덕분에 고리를 잡고 이동하거나 혈관을 자르는 등의 동작을 손쉽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로봇 팔을 작동할 때의 느낌은 레보아이와 큰 차이가 없었다. 레보아이는 다빈치 기종으로 따지만 SI급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XI는 기존 수술로봇에 비해 로봇 팔이 가늘어 로봇 팔끼리 부딪히는 단점을 보완했다.

기자는 수술 가상 시뮬레이터를 통해 가상의 현실에서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봤다. 가상 여성의 자궁을 떼어내는 작업인데, 잘못 자르면 동맥이 터져 심한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처음 도전한 것인데도 어렵지 않게 큰 출혈 없이 자궁 일부를 떼어낼 수 있었다.

다빈치SP의 SP는 Single Port, 즉 단일공(單一空·구멍 한 개만 뚫어 여러 시술이 가능)이라는 의미다. SP는 기존 다빈치에 비해 단일공을 통과해 들어가 움직여야 하는 만큼 아무래도 활동 공간이 제한됐다. 다빈치XI로는 한 번 만에 상처 부위를 꿰매는 동작에 성공했지만 SP로는 결국 하지 못했다. 고도의 훈련이 필요해 보였다. 다빈치SP는 입안이나 항문을 경유한 수술 등 깊고 좁은 부위 수술에 적합하게 설계된 로봇이다.


○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레보아이는 국산 제품이다 보니 수술로봇의 가격이나 수술할 때 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게 큰 장점이다. 다빈치의 경우 대당 가격이 20억∼25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다빈치 제조사인 ‘인튜이티브’사가 매년 청구하는 연간 유지보수 비용만 대당 2억3000만 원가량이다. 또 고가의 로봇 팔은 약 10회 사용 후 교체해야 해 소모품 비용이 많이 든다.

레보아이를 만든 미래컴퍼니는 다빈치에 비해 전체 비용을 42%가량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연히 환자가 내는 수술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수술로봇을 활용한 담낭 절제 시 다빈치를 이용했다면 수술비용이 700만∼1000만 원인 반면 레보아이로 수술을 받으면 500만 원 선이다.

나군호 교수는 “레보아이의 경우 아직 다양한 부위의 시술 경험이 부족하지만 많은 부위의 경험이 쌓이고, 내년에 보험급여화가 이뤄지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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