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무순위 청약’ 현금부자 잔치되나…“분양가 낮추고 규제 풀어야”

뉴시스

입력 2019-05-01 07:10 수정 2019-05-0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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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제도 개편, 중도금 대출규제까지…미계약 속출해
청약통장, 주택 보유 여부 무관해…무순위 청약 몰려
무주택자 기회 놓치고 '현금부자' 리그 될까 우려 커져



청약통장 없이도 다주택자까지 자유롭게 청약이 가능한 ‘사전 무순위 청약’ 제도가 인기다.

무주택자 위주로 청약제도가 개편돼 시장이 좁아진 데다 중도금 대출규제까지 겹쳐 미계약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자 건설사들은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무주택자가 서울 내 분양단지에 진입하기 힘든 현 제도를 보완하지 않는 이상 사전 무순위 청약 제도가 ‘현금부자들의 잔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30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0~11일 받은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 사전 무순위 청약 결과 총 1만4376건이 접수됐다. 전용면적 84㎡D 타입에 가장 많은 3533건이 몰렸고, 84㎡A 타입이 2664건으로 뒤를 이었다.

사전 무순위 청약은 청약 1·2순위 전에 미계약이나 미분양에 대비해 사전에 순위 없이 청약신청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만일 잔여세대가 나오면 사전 무순위 청약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진행해 당첨자를 선정한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신청이 가능하고, 주택보유나 세대주 여부와도 무관하게 접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1순위 청약자격이 없는 수요자들이 이번 사전 무순위 청약에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미계약이 발생하면 모델하우스에서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았지만 지금은 법적으로 무작위 추첨을 하게 돼있다”며 “조건이 맞는 경우 무작위 추첨을 사전에 신청을 받아서 할 수 있는데 워낙 시장이 안 좋다보니 미분양 우려가 커서 지자체 협의 하에 사전 무순위 청약을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시장이 어렵고 무주택자 위주로 제도가 돌아가다 보니까 9억이 넘는 물량이 많으면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라며 “이 경우 미계약이 발생한 사후에 또 신청을 받으면 혼선이 생기니까 사전 무순위 청약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사전 무순위 청약은 ‘현금부자’ 사이에서 ‘로또’로 불리고 있다. 가점과 관계없이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가리기 때문에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분양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수요자는 대부분 현금을 조달할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라 사전 무순위 청약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현장에서는 말한다.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집이 여러 채 있지만 청약 1순위에는 들어가지 않는 사람들은 워낙 자금력이 풍부하다보니 사전 무순위 청약을 통해 분양권을 몇 개씩 사려고 대기한다”며 “특히 기존에 암암리에 진행되던 ‘줍줍’이 아파트 투유를 통해 다수에게 공개적으로 제공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보니 사전 무순위 청약이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청약제도 개편의 취지는 무주택자에게 당첨 기회를 주는 것이지만, 서울 내에선 지금과 같은 고분양가를 감당할 무주택자가 적어 미계약분이 쏟아진다는 것이다. 미계약분은 결국 현금을 들고 대기 중인 다주택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무순위 청약제도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무주택자들에게 당첨 기회를 준다면서도 대출이 안 돼 계약을 못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무주택자에 한해 대출을 허용하지 않으면 결국 무순위 청약제도는 돈 있는 사람들의 잔치로 영원히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무주택자가 분양받기에는 너무 비싸게 공급하고 투기가 우려된다고 대출까지 규제하다보니까 애초 취지와는 다르게 ‘현금부자’들이 이득을 보고 있다”며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 이전에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수준으로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낮추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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