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보는 것 넘어 느끼는 여행…“실버세대도 반했죠”
김재범 기자
입력 2019-04-25 05:45:00 수정 2019-04-25 05:45:00

■ 3년 사이 수요 198%↑ 트렌드로 떠오른 ‘한달살기’
생활비 저렴한 동남아 지역 인기
방콕 인기 1위…치앙마이 입소문
장년층은 훗카이도·티롤 등 선호
# 구독자 30만 명인 인기 유튜버 오마르는 최근 채널 공지에서 색다른 도전을 발표했다. 5월부터 태국 치앙마이에서 ‘한달살기’에 도전하겠다는 것. 그는 “한 달간 일상을 떠나 낯선 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영감을 받을지 확실한 것은 없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 여행사에 근무하는 A씨는 요즘 주위 5,60대로부터 “한 달 정도 외국 조용한 동네에서 지내고 싶은데 좋은 곳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 그는 “‘한달살기’가 젊은이들만의 트렌드인줄 알았는데 해외여행이 대중화되면서 장년층과 실버세대도 관심이 높다”고 소개했다.
자유여행, 혼행(혼자여행), 테마여행에 이어 요즘 해외여행에서 ‘한달살기’가 붐이다. ‘한달살기’는 내용 그대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지 않고 외국의 특정 지역에서 한달 정도 머무는 것이다. 익숙한 환경과 일상에서 벗어나 낮선 곳에서 휴식과 체험을 추구하는 자유여행 방식이다.

인터파크투어가 최근 자사를 통해 예약한 해외항공권 데이터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 도시에서 한 달 체류하는 형태의 해외여행을 즐기는 이른바 ‘한달살기’ 수요가 3년(2016년∼2018년) 사이에 무려 198% 나 증가했다.
‘한달살기’ 붐은 여행의 목표가 ‘보는 것’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으로 옮겨가는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일과 여가의 균형인 워라밸과 작고 소소한 즐거움에서 행복을 느끼는 소확행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개인 SNS나 블로그에 올라온 ‘한달살기’ 경험담을 보면 대부분 식사준비하고, 산책하고, 장보고, 동네 카페에서 맥주 한 잔 하는 것과 같은 평범한 현지일상이 대부분이다.
베테랑 여행전문기자 출신인 조성하 하나투어 상임고문은 이런 현상을 “지금까지 우리가 여행이라 했던 것은 일시적으로 보고 즐기는 관광(sightseeing)이었지만, 이제 사람들이 낯선 곳에 머물며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배우는 진정한 여행(journey)의 재미를 알게 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조 상임고문은 이어 “해외여행이 대중화된 데다 젊은 세대들은 워킹홀리데이나 배낭여행 등을 통해 해외 장기체류와 장거리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며 “그래서 일단 떠나서 좋은지 안좋은지 판단하는 ‘시행착오’의 여행 보다 핀 포인트로 좋아하는 곳을 콕 집어 즐기는 ‘선택과 집중’의 여행을 즐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생활비 저렴한 동남아 인기, 선호 1위 방콕
하지만 세대에 따라 한달살기의 선호 지역은 차이가 있었다. 현재 ‘한달살기’ 붐을 이끄는 젊은 세대들은 생활비가 저렴한 동남아 지역을 선호했다. 인터파크투어가 조사한 선호지역 순위를 보면 1위 방콕을 비롯해 마닐라 호치민, 클락 하노이 프놈펜 등 10위 안에 동남아 지역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방콕은 물가가 적당해 가성비 좋은 숙소를 구할 수 있고, 볼거리·즐길거리 등 여행 인프라와 치안도 좋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혔다. 다른 동남아 지역들도 대체로 저렴한 물가가 장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태국 치앙마이는 조용한 분위기에 여유로운 현지인의 일상을 체험하기 좋은 환경이 SNS를 통해 소문이 나면서 요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동남아가 아닌 곳 중에 순위에 오른 밴쿠버나 로스앤젤레스는 교민사회 등 한국인이 생활하기 좋은 인프라가 장점으로 꼽혔다.
반면, 한달살기를 희망하는 장년이나 실버세대의 경우는 동남아 지역도 좋아하지만 그 외에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일본 홋카이도, 오스트리아 등 유럽이나 일본, 영연방 국가들도 선호했다. 조성하 상임고문은 “50대 이상 세대들은 다양한 교류나 액티비티 보다는 책 한 권 느긋이 읽을 수 있는 조용한 환경을 선호한다”며 “현지적응에 크게 무리없으면서 의료체계가 잘 갖추어진 영연방 국가들이나 일본 홋카이도, 오스트리아 티롤 등의 지역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쉬고 싶은 그들의 취향에 맞는다”고 설명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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