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텍 지회장 “해고한 사장보다 대법원이 더 미웠다”

뉴시스

입력 2019-04-23 13:26 수정 2019-04-23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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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복직 합의' 콜텍 조합원들 기자회견
콜텍 지회장 "법원 때문에 7년 더 견뎌야했다"
42일 단식 조합원 "목숨 살려줘 고맙습니다"
"13년 동안 어렵지 않은 순간 한 번도 없었다"



콜텍 노사가 13년간 이어진 분규를 마치고 정리해고자 복직에 최종합의한 23일, 이인근 금속노조 콜텍지회장은 과거 법원 판결로 고통의 시간이 늘어난 점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이 지회장은 이날 콜텍 노사 합의 후 서울 강서구 콜텍 본사 앞 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으로 힘들고 모진 세월이었다. 가정을, 꿈을, 삶을 버려야했던 13년의 세월이었다”며 “이 13년의 세월을 있게 한 것은 바로 이 나라 법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제대로만 판결했다면 우리들의 문제는 2012년 2월에 끝났을 것”이라며 “그러나 법원의 희한한 판결로 인해 우리들의 싸움은 7년이란 세월을 더 견뎌야했다”고 밝혔다.

콜텍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한 것은 2007년이다. 회사는 공장을 외국으로 옮기면서 대전 공장의 문을 닫았다. 공장 근로자들은 정리해고됐다.

거리로 내몰린 근로자들은 노조를 중심으로 뭉쳐 회사를 상대로 정리해고 무효 소송을 냈다. 1심 판결에서 패소했으나, 2009년 서울고법에서 “경영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봤을 때 정리해고 당시 경영상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받아냈다.

이 지회장은 “고법은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가 없는 해고이기 때문에 다른 요건을 들춰볼 것도 없이 무효라고 판단했다”며 “조금 있으면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 것”이라고 돌아봤다.

최종 판결은 3년이 지난 2012년 2월에야 나왔다. 희망했던 결론이 아니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사측의 정리해고가 유효하다”며 원고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결과적으로 6년으로 끝날 수 있었던 사측과의 싸움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로 접어들었다.

이 지회장은 “도래한다는 것도 아니고, 도래할지도 모를 경영위기를 대비한 정리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었다. 십수년간 흑자를 기록한 회사였는데, 법관이 스스로 추정해 판결한 것”이라며 “하늘이 꺼지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6년이 지나서야 이 판결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지난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법원행정처 문건에 따르면 이 판결은 KTX 승무원 사건 등과 함께 ‘(박근혜정부) 노동 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판결’로 명시됐다.

“아쉬움보다는 분노가 더 컸죠. 옛말에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하잖아요. 정리해고한 박용호(콜텍 사장)보다 그렇게 판결한 대법관이 더 미운거예요. 분노가 들었지만 법원이란 곳은 국가기관이고, 힘이 없으니 당해야했죠.”

13년의 싸움 끝에 이뤄진 합의로 이 지회장 등 3명은 내달 2일 복직한 뒤 같은 달 30일 퇴직한다. 사측은 사과 대신 깊은 유감을 표했고, 위로금 성격의 합의금을 조합원들에게 지급키로 했다.

김경봉 조합원은 “사람들이 13년의 투쟁에서 무엇이 제일 어려웠냐고 물어본다. 13년 동안 어렵지 않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부터 전날까지 42일간 단식 투쟁을 벌인 임재춘 조합원은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 목숨을 살려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그는 “기타 만드는 법 밖에 몰랐다. 13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며 “젊은 사람들은 이런 세계에서 살지 않기를, 내가 마지막 단식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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