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성 뒤엔 운명 고뇌하는 나약한 인간이…
김기윤기자
입력 2019-04-23 03:00 수정 2019-04-23 03:00
리뷰 /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
음악을 닥치는 대로 삼켜 버리며 자신만의 멜로디로 소화해내던 한 천재 소년. 후대에 그는 숱한 명곡을 남긴 ‘악성(樂聖)’ 베토벤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 역시 ‘월광’ 같은 서글픈 꿈을 꾸며 자신의 ‘운명’을 치열하게 고뇌한 한 인간이었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는 천재 음악가 베토벤이 아닌 인간 베토벤의 생애를 톺아보며 존재의 의미와 꿈을 그린 작품이다. 동생의 아들인 카를을 자신의 아들로 입양하고 그를 수제자로 키우려 했던 실제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창작했다. 피아노 소나타 ‘월광’과 ‘비창’, 교향곡 ‘운명’ 등의 곡은 주요 넘버에 접목했다.
청력 상실로 인한 베토벤의 좌절감, 음악에 대한 사랑과 집착, 카를을 향한 베토벤의 빗나간 사랑 등은 서정적 넘버와 팽팽하게 맞물린다. 지난해 초연에 비해 새로운 넘버 2곡을 추가했다. 서사의 완결성이 높아졌으며 군더더기가 줄어 극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뭣보다 작품 내 여백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무대를 빽빽하게 채우는 음향 효과가 돋보인다. 베토벤이 청력을 점차 잃는 과정에서 소리가 울리는 듯한 ‘이명(耳鳴)’ 효과나 베토벤의 격정을 표현한 천둥소리 등 음향 효과는 몰입을 높인다. 음향과 맞물려 정확한 타이밍에 활용하는 조명 효과는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무대 위에선 작품 내내 피아노 라이브 연주가 계속되며 소극장이 담아낼 수 있는 다채로운 연출의 매력을 뽐냈다.
배우들 간의 ‘찰떡’ 호흡도 눈여겨볼 만하다. 역동적 움직임은 없지만 배우들은 말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말하며 숨 가쁜 호흡을 주고받는다. 대사와 넘버의 경계가 자연스러우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1인 다역 연기도 잘 들어맞는 편이다.
다만 일부 장면에서 배우들의 과도한 감정 연기는 다소 부자연스럽다. 또 베토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마리’가 외치는 페미니즘적 메시지도 전체 서사에선 매끄럽지 못하다. 다만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았던 베토벤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압축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긴 해도 작품이 주는 울림은 크다. 제작진은 “베토벤의 곡이 너무 유명해 가사를 붙이기도 어려웠다”고 밝혔지만 원곡이 주는 무게감을 잘 활용했다. 거대 오케스트라 없이도 피아노 한 대와 배우들의 목소리라는 매력적인 악기로 110분을 꽉 채웠다. 서범석 김주호 이주광 테이 등 출연. 6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4만4000∼6만6000원. 11세 관람가. 02-512-3052 ★★★☆(★ 5개 만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음악을 닥치는 대로 삼켜 버리며 자신만의 멜로디로 소화해내던 한 천재 소년. 후대에 그는 숱한 명곡을 남긴 ‘악성(樂聖)’ 베토벤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그 역시 ‘월광’ 같은 서글픈 꿈을 꾸며 자신의 ‘운명’을 치열하게 고뇌한 한 인간이었다.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는 천재 음악가 베토벤이 아닌 인간 베토벤의 생애를 톺아보며 존재의 의미와 꿈을 그린 작품이다. 동생의 아들인 카를을 자신의 아들로 입양하고 그를 수제자로 키우려 했던 실제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창작했다. 피아노 소나타 ‘월광’과 ‘비창’, 교향곡 ‘운명’ 등의 곡은 주요 넘버에 접목했다.
청력 상실로 인한 베토벤의 좌절감, 음악에 대한 사랑과 집착, 카를을 향한 베토벤의 빗나간 사랑 등은 서정적 넘버와 팽팽하게 맞물린다. 지난해 초연에 비해 새로운 넘버 2곡을 추가했다. 서사의 완결성이 높아졌으며 군더더기가 줄어 극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뭣보다 작품 내 여백을 남기지 않을 정도로 무대를 빽빽하게 채우는 음향 효과가 돋보인다. 베토벤이 청력을 점차 잃는 과정에서 소리가 울리는 듯한 ‘이명(耳鳴)’ 효과나 베토벤의 격정을 표현한 천둥소리 등 음향 효과는 몰입을 높인다. 음향과 맞물려 정확한 타이밍에 활용하는 조명 효과는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무대 위에선 작품 내내 피아노 라이브 연주가 계속되며 소극장이 담아낼 수 있는 다채로운 연출의 매력을 뽐냈다.
배우들 간의 ‘찰떡’ 호흡도 눈여겨볼 만하다. 역동적 움직임은 없지만 배우들은 말하듯 노래하고, 노래하듯 말하며 숨 가쁜 호흡을 주고받는다. 대사와 넘버의 경계가 자연스러우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1인 다역 연기도 잘 들어맞는 편이다.
다만 일부 장면에서 배우들의 과도한 감정 연기는 다소 부자연스럽다. 또 베토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마리’가 외치는 페미니즘적 메시지도 전체 서사에선 매끄럽지 못하다. 다만 드라마 같은 삶을 살았던 베토벤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압축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이 있긴 해도 작품이 주는 울림은 크다. 제작진은 “베토벤의 곡이 너무 유명해 가사를 붙이기도 어려웠다”고 밝혔지만 원곡이 주는 무게감을 잘 활용했다. 거대 오케스트라 없이도 피아노 한 대와 배우들의 목소리라는 매력적인 악기로 110분을 꽉 채웠다. 서범석 김주호 이주광 테이 등 출연. 6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 4만4000∼6만6000원. 11세 관람가. 02-512-3052 ★★★☆(★ 5개 만점)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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