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있어야 노동운동도 있어… 13개 학과 통폐합해 경쟁력 강화”

유성열 기자

입력 2019-04-16 03:00 수정 2019-04-16 10:4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이석행 한국폴리텍대 이사장, 노동운동가에서 직업훈련 전도사로


“전국의 학장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학과 통폐합을 설득했습니다. 캠퍼스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과감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석행 한국폴리텍대 이사장(61·사진)은 ‘강성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으로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촛불집회를 주도해 구속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이 2017년 12월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에 임명되자 교수노조가 집단 성명을 내며 반발하는 등 진통이 컸던 이유다.

그러나 이 이사장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고(전북기계공고)를 나와 산업현장에서 일하면서 그 누구보다 기술을 배우고 보급하려 노력해 왔다”며 이제 자신을 ‘직업훈련 전도사’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이 이사장은 취임 후 전국 캠퍼스 36곳을 다니며 ‘학과 통폐합’에 전념했다. 그 결과 남인천캠퍼스와 인천캠퍼스에 있는 신소재응용과를 인천캠퍼스로 통합하는 등 전국 캠퍼스 13개 학과를 통폐합했다.

그 과정에서 교수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이 ‘혁신’을 명분으로 직접 설득에 나서 교수들의 동의를 끌어냈다. 이 이사장은 “일자리가 있어야 노동운동도 있는 법”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혁신하자고 교수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캠퍼스 기능 조정도 이 이사장이 강력하게 추진한 정책이다. 먼저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핀테크(서울 강서), 스마트팩토리(대구), 스마트자동차(화성) 등의 과정을 개설했다. 은퇴한 중장년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도록 시니어 헬스케어(서울 강서) 등 ‘신(新)중년 특화 과정’도 300명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폴리텍대 이사장으로는 처음으로 ‘국제기술봉사단’을 구성해 올해 1월 11박 12일 동안 베트남을 다녀왔다. 특히 폴리텍대가 다문화 청소년들을 위해 운영하는 다솜고의 베트남 출신 재학생 위주로 봉사단을 꾸렸다. 이 이사장은 “베트남 학생들이 봉사단에 직접 감사편지를 보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앞으로 한국 기술의 해외 보급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또 다른 목표는 국내에 부족한 항공 정비 인력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 이사장은 “항공업계가 정비인력과 기술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안타까웠다”며 “인천공항공사는 물론이고 미국 보잉사와의 협의를 거쳐 2023년 완공을 목표로 기술교육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