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스토리텔링이 만든 마스터스의 신화들

김종건 기자

입력 2019-04-14 16:15:00 수정 2019-04-14 16: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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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요즘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에서 벌어지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관련된 엄청난 뉴스가 쏟아진다. 전 세계에서 골프 좀 치고 골프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4월 중순에 벌어지는 마스터스를 알고 있다. 최근 벌어진 한미정상회담 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곁에 두고서 마스터스 대회와 타이거 우즈를 언급했다.

마스터스와 관련된 많은 얘기와 에피소드는 세월이라는 당의정으로 포장되면서 대회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상징하는 전설이 됐다. 스토리텔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골프의 성인이라 불리는 보비 존슨과 사업가 클리퍼드 로버츠가 의기투합해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과수원을 사들여 골프장으로 만들었으나 하필 미국이 경제공황에 빠진 시기였다. 기대만큼 회원들이 모이지 않아 자금난에 빠진 두 사람은 골프장의 이름을 알려서 회원들을 더 모집하려고 US오픈 대회 유치를 꿈꿨으나 좌절됐다. 고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프레스콧 부시가 이때 대회유치를 반대한 사람으로 등장한다.

이 바람에 따로 만든 대회가 마스터스라는 사실부터가 흥미를 주기에 충분하다. 1934년 보비 존스가 선수들을 초대하는 형식으로 시작한 대회는 총상금 5000달러, 우승상금 1500달러의 그저 그랬던 골프 이벤트였다.


출발은 평범했지만 조그만 골프대회는 같은 코스에서 해마다 대회를 치를수록 쌓이는 스토리 덕분에 점점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홀마다 붙은 나무이름과 코스 사이에 있는 3개의 돌다리에는 그 당시 대회에서 가장 상징적인 플레이를 했던 선수의 이름을 붙였다. 노래에도 등장하는 11~13번 홀 일명 아멘코너 등의 이야기는 마스터스를 점점 흥미로운 대회로 만들었다.

우승자에게 입히는 그린재킷의 유래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아무리 요구해도 코스의 나무를 손대지 않고 두는 클럽의 고집 등도 아름답게 포장됐다.

차츰 대회의 인기가 높아졌지만 마스터스는 상업적이지 않은 대회를 내세우면서도 가장 상업적인 성공을 거뒀다. 다른 대회와는 달리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에게 갤러리라는 표현 대신 패트런(후원자)이라는 이름을 붙여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4만 명에게만 경기를 지켜볼 기회를 주는 정책은 더욱 마스터스를 특별한 대회로 만들어버렸다. 이 바람에 골퍼들에게 오거스타 내셔널은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봐야 하는 곳에 됐다. 또 골프장을 찾으면 엄청난 기념품을 사가지고 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온라인 판매조차 하지 않기에 사람들은 경기장에 오면 마스터스라는 로고가 붙은 컵을 가져가기 위해 맥주를 마시고 관람용 의자를 산다.

다른 대회와는 달리 총상금도 대회 입장료와 기념품 판매액, 방송 중계료 후원금 등의 수입 가운데 일정부분을 배당하는 방식이다. 2019년은 처음으로 우승상금이 200만 달러를 넘어선 207만 달러, 총상금은 1150만 달러다.

좋은 스토리텔링 덕분에 마스터스는 84년 사이에 총상금을 2300배, 우승상금을 1380배로 뻥튀기해 버렸다. 그래서 마스터스는 경제학과 스포츠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연구하고 싶은 훌륭한 과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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